우리와 함께 지내다가 귀국하여 투병 생활을 지속해 오던 지혜양 형제와 심정희 자매가 일주일 간격으로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지혜양 형제는 대장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우리 교회를 통해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귀국한 후 한 동안 좋은 경과를 보였으나, 결국 부름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심정희 자매는 작년, 암과 싸우는 중에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탄절 배너를 만들어 보내셨습니다. 비록 우리의 기도가 그들을 완치시키지 못했지만, 그분들이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고 주님 품에 안기는 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1년 가까이 기도했던 다니엘 나(나영진)가 항암 치료를 완전히 끝내고 회복 중에 있습니다. U Penn에 다니던 수재인데, 갑작스러운 암 선고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지내야 했습니다. 가족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그 동안의 마음고생에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 교우들의 기도에 또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치료를 하는 중에 그의 병실에서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학교에서 겪은 어려움을 말하면서, 다니엘은 저에게, “목사님의 아이들은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학교에 보내지 마십시오”라고 충고를 했습니다. 그곳은 결코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며, 그렇게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가치도 없다고 느낀다고 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지나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지루했던 치료를 마치는 기분이 어떠냐고 했더니, 홀가분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재발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약간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건강하든 병에 걸려 있든, 우리에게 확보된 시간은 오늘 하루뿐이며, 따라서 미래에 대한 걱정은 접어 두고, 하루하루 건강하고 보람 있게 사는 일에 마음을 쓰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다니엘은, 지난 번 버지니아 텍 사고를 보면서 자신도 그 생각을 했노라고 했습니다. 이 위험한 세상에 살아가면서, 건강이 좋다고 하여 마치 수 십 년을 보장 받은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다니엘은,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충실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대하는 삶이라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저는 장기 투병을 하는 분들을 만나면 늘 그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때로는 1년, 혹은 2년 동안 고통스러운 치료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요? 회복되기는커녕 점차 악화되기만 한다면, “언제까지 이 고통을 겪어야 하나?”라는 생각에 낙심하기 쉬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하루씩만 생각하십시오. 오늘 하루만 잘 지내자고 생각하십시오”라고 권고하곤 합니다. 지난주에도 갑작스럽게 입원하신 분이 계셔서 심방하고는 같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믿음 깊으신 그 장로님은 불편한 중에도 “아멘!”하고 제 말씀을 받아 주셨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천 년을 살 것처럼 계획하고 살지만, 동시에 오늘 하루밖에 확보된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오늘 같은 하루가 쌓여 50년을 살아왔으니, 이만해도 족하지 않습니까? 그런 하루가 얼마나 더 쌓여줄지 모르지만, 그것은 하나님께서 관장하시는 일이고, 저는 그저 오늘 제게 주어진 일에 정성을 다하면 될 것입니다. 내일은 내일로 염려하게 하라고 말씀하신 것이 누구였지요?

글/ 김영봉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