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외 서평은 스티븐 코트렐의 「The Nail」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 일곱 인물이 예수님을 배신했던 것에 대한 핑계를 대지만 끝에는 회개기도를 하는, 대본 형식의 감동적인 책입니다. 교회 수련회에서 교사나 청년들이 책으로 대사를 외워 연극을 해도 좋을 것 같네요. -편집자 주

 

the Nail
(Photo : ) the Nail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자아성찰과 명상은 기독교의 영성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독교 영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묵상으로, 언제나 성경이나 하나님, 상황 등 타자를 대상으로 둔다.

 

그러나 기독교 경건 생활에서도 어느 종교 못지 않게 내면을 들여다 보는 행위가 있는데, 바로 회개이다. 하지만 고해성사와 달리, 누구 하나 들어주는 사람도, 음악도 없고, 아무런 분위기가 잡혀 있지 않은 장소에서 홀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투쟁과 자기 변호 등으로 이미 합리화에 물든 우리가, 과연 진솔한 고백을 할 수 있기나 할까?

저자인 영국 첼름스포드(Chelmsoford)의 주교 스티븐 코트렐(Stephen Cottrell) 역시 그런 고민 가운데 사순절 예식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보다 더 진실하게 회개할 수 있기를 바라며 독특한 순서를 준비했다.

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가져와 예배당 한가운데 던진다. 그리고 그 옆에 커다란 못 하나를 두는데, 회중 가운데 누군가 갑자기 나와 그 못을 들고 마치 자신이 로마 군인인 것처럼 변론을 펼친다. 예수의 죽음에 대해서는 자신이 아무 잘못이 없고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니, 탓을 하려면 본디오 빌라도를 탓하라고.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본디오 빌라도인 척하며 그 책임을 대제사장 가야바에게, 가야바는 가룟 유다에게 미룬다. 마지막으로 유다의 역할을 한 사람은 “호산나를 외칠 땐 언제고 십자가에 그를 못 박으라고 소리치지 않았느냐”며 책임을 회중에게 떠넘긴다. 그리고 그 연기자들은 못들을 마치 성찬식의 성체처럼 회중에게 나누어 준다.

이 순서는 당시 예식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예식에 연극을 도입함으로써, 청중에게 동일화 갈망(wishful identification)을 이끌어내 그것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회개로 연결시킨 것이다.

코트렐 주교는 이런 식의 예식을 몇 번 거행하면서, 로마 군인, 본디오 빌라도, 가야바, 가룟 유다 외에 세 인물을 첨가했다. 베드로와 막달라 마리아, 빌라도의 아내이다. 그리고 그는 이것을 책으로 펴내기 위해 치밀한 플롯을 짜고, 인물들의 대사를 시적으로 훌륭하게 다듬었다.

각 인물의 장은 성경 묵상(신약의 관련 내러티브 구절과 구약의 관련 운문 구절), 자기 변호, 책임 전가, 회개 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각 인물의 자기 변호와 책임 전가는, 회개를 가로막는 무의식 속 자기 합리화를 끄집어내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본서의 베드로는 마치 자신은 예수와 아무런 관계도 없고 실제로 예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핑계를 댄다. 로마 군병은 그저 본디오 빌라도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하며, 빌라도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어쩔 수 없었다며 가야바를 나무란다. 가야바는 민족을 살리기 위해 대의를 시행했다고 자기를 변호하며 예수의 제자였던 유다를 비난했고, 유다는 예수가 문제였다며 오히려 화를 낸다.

막달라 마리아와 빌라도의 아내는 다소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막달라 마리아는 관찰자로서 예수를 더욱 부각시킨다. 그분이 취한 비폭력과 사랑, 어린 양의 모습을. 그리고 빌라도의 아내는 모든 상황이 종료되어 예수가 죽은 시점에서 독백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악몽을 꾸며 어린아이처럼 흐느끼는 빌라도를 지켜봄으로써, 후회할 짓을 했으나 회개하지 않는 자에게 찾아올 불안과 공포, 괴로움을, 간접적으로 그러나 가슴 깊이 와 닿도록 전달한다.

그 후 책은 각 인물을 통해 우리 안에 있는 자기 합리화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밝혀내며, 진정한 회개의 방식을 알려준다.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사순절 묵상을 위한 성경공부 교재로 사용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성경공부 교재의 목적 뿐 아니라 신학적 깊이와 아름다운 표현을 동시에 갖춘 이 책을, 수련회나 성경학교에서 극을 위한 기독교 문화 자료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해 본다.

문학이라는 특성을 이토록 잘 살려 회개로 이끄는 책이 또 있을까? 실제로 필자는 각 장의 대사 한 문장 한 문장에 계속 동요되었다. 글을 따라갈 때마다 멍해질 수밖에 없을 정도여서,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완독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모든 글이 유려하고 감동을 주지만 개인적으로 코트렐 주교가 쓴 가룟 유다의 회개 시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 책이 국내에도 소개되기를 바라며, 그 시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주여,
어둠이 저를 덮칠 때
내 생각의 광기가 나를 숨 막히게 할 때,
더 이상 기댈 사람이 없을 때
내 모든 가능성은 불탔고,
더 이상 내 손에 낼 것이 없을 때,
나를 찾아주시고
나보다 앞서 주소서.
나는 내가 달리고 있음을 알지만
그 밖에 무엇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이다.
심지어 어느 방향으로 갈지 고려하지 않은 채.
내가 멈추지 못하겠나이다.
나를 위해 거기 계시소서.
내가 자초한 바로 나의 그 지옥의 순간에
줄이 내 목을 두르고
독수리들이 모일 때.
당신만이 나의 유일한 소망입니다.
난 항상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따를 능력은 없었나이다.
이제 내가 당신의 떡을 먹길 원하오며,
이제 배가 고프니,
당신으로 나를 먹이소서.
아멘.

Lord,
when the darkness overwhelms me
and the madness of my own conclusions suffocates me,
when there is no one to turn to,
all my bridges burnt,
my last hand played,
seek me out,
overtake me.
I know I am running fast.
I don’t seem to be able to do anything else.
I’ve even stopped caring about the direction.
I just can’t stop.
Be there for me –
in the private moments of self-inflicted hell,
When the rope is round my neck
and the vultures gather.
You are my only hope.
I’ve always known it,
but never been able to follow.
Now, I would like to eat your bread,
Now that I am at last hungry:
Feed me with yourself.
Amen.

◈도서 정보
-제목: 「The Nail: Being part of the Passion」
-저자 스티븐 코트렐(Stephen Cottrell)은 2004-2010년 영국 리딩(Reading)의 보좌 주교였고 2010년 이후 현재까지는 첼름스포드(Chelmsford)의 주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복음 전파, 영성, 제자도 등에 대한 광범위한 책을 썼으며, 특히 사순절 및 고난주간에 대한 그의 다른 저술로는 「The Things He Carried」, 「The Things He Said」, 「Christ in the Wilderness: Reflecting on the paintings of Stanley Spencer」, 「I Thirst: The Cross- The Great Triumph of Love」 등이 있다.
-가격: 6.99파운드(국내 미번역)
/진규선 목사
총신대 신대원(M.Div.)를 졸업하고 서평가·편집자·번역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