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신과대학·연합신학대학원과 CBS기독교방송이 공동주최한 연세신학 100주년 기념 '진리와 자유 포럼'이 '2015 한국사회와 기독교 정신'을 주제로 9~10일 서울 연세대 신학관 예배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총 10번의 강연이 예정인 가운데, 첫날 첫 강사로 나선 손봉호 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현대사회와 기독교 정신의 재발견'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현대사회를 여러 가지로 특징지을 수 있으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물질주의"라며 "이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거의 없어졌고, 돈이 모든 평가의 기준으로 등극했다"고 했다.

손 박사는 "그런데 물질적 풍요와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과연 사람들을 참으로 행복하게 하고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가"라고 물은 뒤, "행복이란 우선 욕망을 충족시킴으로 얻을 수 있다. 배고플 때 먹으면 즐겁고, 원하는 지위를 얻으면 행복하다. 그러나 물질이 충족시킬 수 있는 육체의 욕구는 한정되어 있다"고 했다.

손봉호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손봉호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그는 "모든 물질적인 것은 경쟁적이다. 즉, 한 사람이 많이 소유하면 다른 사람이 적게 가질 수밖에 없다. 승자와 패자가 뚜렷해지고 패자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므로 돈이 중요한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경쟁적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랑, 지혜, 관용, 희생 등은 비경쟁적이고 따라서 고급가치라 할 수 있지만, 돈은 모든 가치 가운데 가장 경쟁적이고 따라서 하급가치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 박사는 "돈과 같은 경쟁적 가치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가져오는 것이 삶의 의미가 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경쟁적 가치를 삶의 의미로 추구한다면, 세상은 전쟁터가 될 것이고 모두가 그 피해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물질주의를 영어로 'materialism'이라 하는데, 이는 '유물론'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가치관으로서의 물질주의는 존재론으로 유물론과 서로 연결돼 있다"며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인하고 '존엄성이란 사람들이 만들어 낸 허구에 불과하다'는 유물론이 가져오는 가장 심각한 결과는, 기본인권이란 이념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손 박사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인권은 오직 기독교가 가르치는 바, 인간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다는 사실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 기본인권 사상이 기독교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기본인권 사상은 오늘 인류가 결코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되는 소중한 문화적 유산이다. 또한 그것은 기독교가 인류에게 공여한 가장 위대한 선물 가운데 하나"라고 역설했다.

이어 기독교의 아가페와 절제, 희생의 정신을 차례로 언급한 손 박사는 "현대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돈과 같은 하급가치를 두고 만인이 만인을 상대로, 나라가 나라를 상대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경쟁에 패한 사람들과 나라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불행하다"면서 "그러므로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현대사회는 기독교 정신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손 박사는 "기독교는 인류의 가장 고귀한 유산인 인권, 인간의 존엄성, 평등, 민주주의라는 선물을 세상에 제공했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대 기독교는 이런 보물을 세상에 넘겨주고 주변으로 밀려나와, 오직 자신의 복, 위로, 구원 같이 지극히 사적인 것들로 만족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기독교는 지금이라도 주변에서 사회 한가운데로 진격해야 한다. 하나님의 형상, 아가페, 희생과 인내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존중을 강화하고 병든 사회를 회복함으로, 지금의 인류와 앞으로의 후손을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려고 힘써야 할 것"이라며 "우선 돈이라는 우상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손 박사 외에 박영신(연세대 명예교수)·김상준(연세대 정치외교학과)·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각각 '한국사회와 기독교 정신' '한국사회의 도전1' '한국사회의 도전2'를 제목으로 강연하고 있다. 10일에는 이상화 목사(드림의교회), 배종석(고려대 경영학과)·김회권(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 김응교 시인(숙명여대 교양교육원 교수), 한완상 교수(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강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