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선교지에 들어갈 때는 그 나라 백성의 영혼 구원을 위해 뼈를 묻을 각오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아내는 한쪽 눈이 거의 실명 위기에 있고, 또한 추방당했기 때문에 다시 그 나라로 돌아갈 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집을 사거나 세를 얻기 위해 모아 놓은 돈은 없고, 또한 설상가상으로 대학 진학을 해야 하는 두 딸의 등록금도 마련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오랫동안 저희들을 후원해 주는 파송교회가 있긴 하지만, 자녀들의 학비까지 지원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 나이가 50대 후반이어서 조금 있으면 은퇴를 맞게 되지만, 준비한 것이 없으니 노후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선교지에서 추방당한 한 선교사의 고백이다. 국제선교학저널(International Bulletin of Missionary Research, IBMR)에 발표된 한국선교연구원(Korean Research Institute for Mission, KRIM)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선교사는 2011년 177개국에서 19,373명이 사역하고 있고, 이들 가운데 약 1/4인 24.3%가 50대 혹은 그 이상이다.
'방콕포럼 2014'에서 '한국 선교사의 은퇴'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김진봉 선교사(Overseas Ministries Study Center 교회사역 대표)는 "우리는 종종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많은 개신교 선교사를 파송한 나라라고 듣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상적인 주장에 반하여, 다가오는 십여 년 안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한국 선교사들이 은퇴를 맞게 되고, 그들 중 65%에 달하는 선교사들이 그들이 살 집을 어떻게 구할 지 모르는 심각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은퇴할 한국 선교사들의 88%가 개인 재정의 부족과 교회나 선교단체의 은퇴 지원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 부족으로 인해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선교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한국 선교사(82%)들은 선교지로 나가기 전 은퇴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반면 매우 많은 한국 선교사들(83%)은 자신들의 은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선교사는 "한국 선교단체나 교회가 SEND국제선교회가 실행 중인 매우 훌륭한 '선교사 은퇴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본받을 수 없을까? 선교 후보생들이 선교지로 가기 전 적절한 은퇴에 관한 오리엔테이션과 훈련 프로그램이 실행된다면, 교회와 선교단체 그리고 선교사들이 협력하여 바람직한 선교사 은퇴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부분 한국 선교사(85%)들은 선교단체나 교회가 은퇴를 위한 선교사 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한국 선교단체 중 미국 플로리다의 페니 농장에 있는 페니 은퇴공동체와 같은 것을 가진 곳이 있는가? 한국 교회와 선교단체는 은퇴 선교사들이 한국 사회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대부분 한국 선교사(82%)들은 은퇴 후 고국에서 자신들의 선교 경험을 살려 일하길 원하지만, 응답자의 절반 이상의 선교사(66%)들이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문선교사의 일이 아닌 영어를 가르치거나 세속적인 다른 직업을 갖고 일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선교사의 자녀는 2만 명 이상이며, 이 가운데 거의 3/4 정도(74%)가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교사 자녀들의 과반수 이상(59%)이 파송교회나 주후원교회에서 학비 보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오직 3% 정도 한국교회만이 선교사 자녀의 학비를 전액 보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선교사는 "'선교사 멤버 케어'의 저자 켈리 오도넬(Kelly O'Donnell)은 "멤버 케어를 잘 하는 것은 창세기 12장 아브라함의 언약 뿐 아니라 대명령과 대위임령을 성취하는, 직접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대부분 한국 선교사들은 이동 의료팀(77%) 상담가나 심리학자와 같은 이동 멤버케어팀(86%)의 정기적인 방문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년 많은 선교사들이 선교사직을 사임하고 본국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동 멤버케어팀의 방문을 통해 한국 선교사의 감소를 다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선교사는 "선교지를 향해 정든 고국을 떠난 지 약 8년 만에 첫 안식년을 맞이하여 고향인 서울에 왔다. 그러나 우리 가족 네 식구가 잠깐 동안 머물 숙소를 찾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다가, 겨우 가구가 없는 작은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아내와 두 아들에게 동네 거리에 버려진 가구를 그 전셋방으로 옮기자고 했다. 우리 온 식구가 그 버려진 가구들을 나르는 그 캄캄한 밤에, 나는 갑자기 집 없는 노숙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나는 한국 선교사들이 은퇴할 때 그와 같은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게 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