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차 단체로 극장을 찾은 중앙성결교회 30-40대 성도들. ⓒ이대웅 기자영화 관람차 단체로 극장을 찾은 중앙성결교회 30-40대 성도들. ⓒ이대웅 기자

서울 종로6가 중앙성결교회(담임 한기채 목사)에서는 30-40대 부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담임목사와 영화 <노아>를 함께 관람하는 행사를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개최했다.

중앙성결교회는 크리스천들이 세상의 여러 문화들을 피하는 데 급급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로 오히려 세상 문화를 주도해 나가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교회는 메가박스 한 관을 통째로 대여하여 30-40대를 비롯한 교회 성도들과 영화 <노아>를 함께 관람했다.

영화 상영에 앞서, 한기채 목사는 인사말을 전했다. 한 목사는 "오늘 보실 영화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 '노아'에 대한 것"이라며 "하지만 영화는 꼭 성경대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경대로 만들면 관객들이 재미 없어서 안 올지도 모른다"며 "문화라는 것은 성경에 나와 있는 것들을 이렇게 저렇게 옷을 입혀서 음악이나 미술, 영화나 연극으로, 소설 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한기채 목사는 "분별력만 갖는다면 뭐든지 잘 활용할 수 있으니 (성경과)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유의하면서 보시면 좋겠다"며 "감독도 유명한 사람으로 유태인이고 성경 주변 자료를 많이 연구해서 나름대로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고 했다. 한 목사는 "영화에는 감독의 상상력이 가미돼 있고 이야기이니 재미도 있을 것"이라며 "노아의 방주 같은 것은 실제 사이즈로 만들었다는데, 작가가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 비교하면서 보시라"고 했다.

한 목사는 "교회에서는 방주 자체를 예수님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방주 모형으로 교회를 만들기도 한다"며 "잘 관람하신 후 삼삼오오 모여서 같이 토론도 하고 메시지들을 나눈다면 성경을 읽는 데도 도움이 되고 더 재미있게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회는 영화를 관람하는 성도들에게 '성경 속 노아! 영화 속 노아! 같거나 혹은 다르거나'라는 자료를 미리 나눠주면서 적극적인 피드백을 유도했다. 자료에는 성경 속 노아 이야기와 주요 인물들을 간략하게 제시하면서 영화 관람 후 성경과 다른 점들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했다.

영화 <노아>. 영화 <노아>.

또 '영화에서 가장 상상력이 동원된 등장인물은 누구인가요', '성경에 나타난 노아 이야기의 키워드는 심판과 구원이고, 영화에서 나타난 노아 이야기의 키워드는 정의와 자비인데, 영화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은 어떤 모습인지 찾아보세요', '노아 영화를 통해 노아 이야기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점이나 궁금한 점은 무엇인가요'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그룹별 토론이 가능하도록 했다.

성도들은 영화 관람 후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이들은 "하도 말이 많아 걱정이 됐는데, 담임목사님과 함께 안정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고 전도사님들이 여러 신학적 논쟁을 설명해 주시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노아가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오히려 아들들을 죄 짓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영화는 방주에 타는 사람들조차 죄인이지만 하나님 은혜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한국교회도 너무 건물에 집착하지 말고 하나님의 은혜를 끼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등의 소감을 전했다.

성도들이 영화 <노아>에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성도들은 "영화를 영화로 봐야지 너무 신학적 관점에서 보니 '사탄 영화' 등 극단적 표현이 나오는 것 같다.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문화와 함께해야지 피하기만 하는 건 옳지 않다", "교회가 이 영화에 과민반응을 보인 것 같다. 감독은 정의와 사랑을 놓고 내면적으로 갈등하는 노아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교회는 성경 내용과 영화를 비교하는 데 급급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 아닌가", "영화사가 일부러 '노이즈 마케팅'을 하지 않았나 의심할 정도로 신학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미국 반응은 한국보다 훨씬 긍정적이라는데, 한국 성도들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는 말도 했다.

깊이있는 평도 눈에 띄었다(본 문단은 스포일러 포함).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수밖에 없어 아이를 죽여야 했지만, 손녀들을 보는 순간 사랑의 마음으로 용서하시는 하나님을 읽을 수 있었다", "노아가 손녀를 죽이려 할 때 하나님의 정의를 보았고, 죽이지 못했을 때 하나님의 사랑이 느껴져 눈물이 흘렀다", "원칙주의자이면서 순종만 강요하는 노아가 인간은 모두 죽어야 하고 동물들만 남는 것이 하나님 뜻이라 생각했지만, 사랑으로 가득 차 있던 아이들을 보면서 스스로 깨어지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은 것 같다. '기독교적 휴머니즘'이 느껴진다"는 의견들이었다.

교회 측은 또 30-40대 성도들의 영화 관람 편의를 위해 교회에 자녀들을 맡길 수 있도록 해당 시간대에 '어린이 놀이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교회학교가 주관한 놀이방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노아의 방주' 미니어처를 만들면서 성경 속 노아 이야기를 전했다. 이로써 '노아'를 매개로 자녀와 부모 간의 풍성한 대화도 가능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