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진정한 기독교
윌리엄 윌버포스 | 생명의말씀사 | 232쪽
기독교 신앙을 철저하게 실천한 '하나님의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 1759-1883)는 영국의 노예 제도 폐지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1759년 부요하고 명성 있는 요크셔 상인 가문에서 태어났다.
1797년 영국, 요크 카운티의 국회의원 윌버포스는 후에 '진정한 기독교에 대한 실제적 안내서'로 알려진 이 작은 책을 출판하였다. 원제는 그가 그 저작으로 성취하려는 목적을 아주 명료하게 보여준다.
19세기 당시 영국 중상류층 '명목상 그리스도인들'의 종교생활은 '진정한 기독교'와 대조를 이루었다. 따라서 이 책은 곧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동시대 학자인 케빈 벨몬트(Kevin Belmonte)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6개월 만에 5쇄를 출판한 사실에 주목하였다. 1826년 이전 이 책은 15쇄를 더 찍었고, 미국에서 25쇄를 출간하게 되었다. 이어 화란,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에서 그 나라 말로 번역되었다. 이 책이 바로 영국의 사회적 양심을 일깨워 마침내 노예 제도를 폐지하게 만든 명저 <진정한 기독교>이다.
윌버포스에 따르면 신앙을 고백하는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정작 기독교에 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기독교에 대한 그들의 견해는 매우 조잡하고 피상적이어서, 단지 외적인 형태를 기준으로 기독교와 다른 종교를 구분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단편적 사실이나 교리를 기독교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그 교리가 만들어 내는 결과나 실천의 문제에 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고백하는 신앙을 자기 자녀들에게 교육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신앙이 개인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물론 신앙은 본질상 겸손해야 하고 개인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더불어 신앙의 깊은 수준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탐구 없이 지식 얻기를 기대하거나, 노력 없이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단호한 결심, 끊임없는 인내, 힘든 수고 없이는 그 누구도 높은 학식, 예술적 성취, 권력, 부, 군사적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진지한 노력 없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윌버포스에 의하면, 기독교는 그 자체만의 독특한 교리와 윤리와 원칙을 가지고 있다. 세상 정치의 처세술이나 도덕 체계를 배우는 데도 온갖 열심을 기울여야 하듯, 기독교에 관해 능숙한 지식을 갖는 일도 우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지런히 성경을 연구해야 한다. 성경을 연구할 때, 우리는 피상적인 외형에 속지 않게 될 것이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 철학자들의 사상과 혼동하는 일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기독교는 우리로 하여금 교리를 믿고 원리를 배우며 그리스도의 계명을 실천할 것을 요구한다.
윌버포스는 책에서 기독교가 역사상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주목한다. 기독교가 가는 곳마다 인간의 성품들이 향상됐고, 보다 많은 사회적 안정이 이루어졌다. 특히 가난한 자와 약자들에게 유익이 되었다. 기독교는 처음부터 그러한 사람들을 특별히 보호하는 종교로서 그 특징을 드러냈다. 기독교는 처음부터 삶의 실천이 수반되는 신앙이었다.
그러면 참된 그리스도인의 표징은 무엇인가? 그것은 오로지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구원받았다는 사실을 믿고, 구원받은 자들에게 주어진 모든 약속들을 의지하며, 다른 주인들을 섬기지 않고 온 몸과 마음을 모두 하나님께 헌신하는 것이다. 세례는 바로 이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세례를 받은 참 그리스도인들은 오직 하나 뿐인 주권자를 섬기는 일에 자신을 모두 드리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기로 결심한 이들이다.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의 재능과 소유와 시간, 그리고 영향력 등을 자신들의 만족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모든 것들이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안다. 한 마디로 이들은 그리스도만이 참된 주인임을 인정한다.
물론 참된 그리스도인들도 자신의 불완전함을 안다. 또 그들은 각자의 타고난 기질이 다르다. 신자들은 각기 타고난 기질도 다르고, 과거에 처했던 개인적인 상황도 다르며,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요건들도 각기 다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각기 다른 기질과 성품을 갖게 된다. 어떤 사람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강한 반면, 어떤 사람은 그분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강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잘 믿고 의지하는 성향을 가진 것에 반해, 어떤 사람은 감사하는 마음이 강하다. 그러나 모든 신자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하나님의 위대하심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참된 신자들의 공통된 마음가짐은 자신을 하나님께 드려 그 분을 섬기고 그분의 영광을 위해 살고자 하는 것이다.
윌버포스에 의하면 기독교는 지적 성취보다는 도덕적 성취에 보다 큰 가치를 둔다. 진정한 기독교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지식보다는 덕행을 중시하는 삶을 살도록 가르친다. 그는 당시 영국 사회가 도덕적인 질병을 앓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해이해진 대중의 도덕성을 어떻게 해서든 바로잡아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최고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는 점도 강조한다. 따라서 직위와 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자신의 활동영역에서 모범을 보임으로써 도덕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국가를 위한 최선의 길이며, 또한 국가의 안녕을 깊이 염려하는 사람이 추구해야 할 일이다.
저자는 본서를 통해 당시 사회에 이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잉글랜드 기득권층에게 큰 도전을 주어 그들로 하여금 진정한 기독교 신앙을 알게 할 뿐 아니라, 결국 해묵은 죄악인 노예 제도를 종식시켰다.
오늘날 윌버포스는 신앙을 행동으로 옮긴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지도자로서 하나의 롤 모델(role model)이 되었다. 그가 노예매매를 상대로 투쟁한 이야기는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로 만들어졌고(2007년), 같은 해 노예무역 폐지(1807년) 200주년 기념행사가 거행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