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국회인권포럼(대표 황우여)·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홍순경)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바람직한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안찬일 소장(세계북한연구센터)과 김태훈 상임대표(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의 발표 후 강철환 대표(북한전략센터), 홍성필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용훈 편집국장(데일리NK), 이재원 소장(물망초 북한인권연구소)이 참여한 토론으로 진행됐다.
"통일 상대는 북한정권 아닌 주민... 그들의 마음 사야"
먼저 '북한 주민들이 원하는 북한인권법'을 제목으로 발표한 안찬일 소장은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들을 위해 만들자는 것이지 소수 권력집단을 위해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며 "북한 주민의 민생 이전에 인권이 보장된다면 북한 체제는 자유권·시민권을 향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쌀로 인권을 논하는 근대 이전의 시대가 아니라 법치주의로 인권을 논하는 21세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인권침해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국제적인 반인도적 범죄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 한국 정치권은 어떤가. 그들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북한인권법을 국회에 묵혀두면서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인권상황을 냉정하게 외면하고 있다. 이제 우리 국회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북한 독재의 칼날을 꺾어버릴 차례"라고 촉구했다.
다음으로 발표한 김태훈 상임대표는 북한인권법 제정이 "헌법상 의무"임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는 북한 주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 법치국가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은 입법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므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적·제도적 장치인 북한인권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또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의 상대는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주민이므로, 그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통일은 요원하다"며 "따라서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 일인데, 그것이 바로 조속하고 올바른 북한인권법 제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치권, 국제사회의 일반적 흐름에서 지극히 유리"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강철환 대표는 "북한 정권의 만행은 장기성을 띠고 외부와 단절된 채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과 경제적 지원은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 국민이 북한 주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며 "현재 북한 내부에 정보를 확신시키고 탈북자들을 돕는 북한인권운동은 모두 미국 정부가 제정한 북한인권법에 의한 재정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경제 강국으로 성장했음에도 북한 인권과 민주화 운동이 타국의 재정 지원으로만 이뤄진다는 것은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힜다.
홍성필 교수도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우리의 국회와 정치권은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흐름과 지극히 유리되어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인권침해에 대한 일반적인 지적에서 더 나아가 처벌의 단계로 이전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 국회가 법률을 통한 공식적인 입장표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용훈 편집국장은 "북한인권법 통과는 여당을 비롯해 정부와 북한인권 단체들의 확고한 의지와 노력이 관건"이라며 "여당은 북한인권문제가 불거지면 '인권' 아젠다를 선점하기 위해 북한인권법 통과를 주장했지만 실질적인 노력을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북한인권법을 발의한 의원들이나 여당 지도부는 북한인권법의 상징성과 명분만 강조하고 실질적인 야당과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을 설득할 논리에 대해 "가장 중요한 논리는 북한은 수령독재체제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자체적으로 인권을 개선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이라며 "특히 장성택 처형에서 북한의 반인권성이 드러났고 장성택 처형 후 일반주민과 탈북을 기도하는 주민들에 대한 통제와 인권유린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적극 거론해, 북한인권법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이재원 소장은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과 민주당의 법안을 탈북자들에게 읽어보게 한 후 그들로 하여금 어느 쪽, 어느 조항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발표하게 한다면 법안을 하나로 수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인권법이 실효성 없을 것이라는 비난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자면, 실효성이 없다고 반대만 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대안도 없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사실 '북한 당국이 싫어하는 법안은 나도 싫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개회사를 전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인권위는 두 차례에 걸쳐 국회에 북한인권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고, 인권이라는 국제기준에 따라 북한 인권의 개선을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은 보수·진보에 관계 없이 인권의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인권은 누구나 지켜야 할 인류 공통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여수 기름누출 사고 현장 방문으로 이날 참석하지 못한 국가인권포럼 대표 황우여 의원(새누리당 대표)은 서면을 통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 개선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신 만큼,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며 "북한인권법은 인권법답게 인권을 선언하고 이를 보호 및 증진하기 위한 제도와 활동을 촉진하는 데 부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기춘·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다수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