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한국교회와 교회세습(담임목사직 세습)’을 주제로 8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영재 목사(전주화평교회)는 ‘교회세습을 바라보며 오경읽기’라는 독특한 제목으로 발표, 눈길을 끌었다.
이 목사는 최근 한국교회에서 일어나는 세습 논쟁들 중, 구약성경의 제사장직 ‘혈통 계승’을 근거로 세습을 찬성하는 것에 대해 “한국교회 세습현상은 구약성경에서도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교회세습을 추진하는 목회자들은 여전히 구약성경에 세습의 근거가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레위인, 특히 아론과 그 아들들의 제사장직 계승을 근거로 그들은 교회세습을 정당화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비느하스가 제사장이 된 것은 그가 아론의 손자요 엘르아살의 아들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싯딤에서 모압여인들의 유혹에 넘어가 바알브올에게 절한 백성을 처단하는 열심을 보였기에 하나님께서 그를 택하신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명기의 왕법에 의하면 이스라엘을 인도할 지도자는 반드시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로 세워야 한다(신 17:15). 혈육지정으로 왕을 세우거나 또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타국인을 지도자로 세우면 안 된다. 신명기법의 관점에서 볼 때 지도자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세워야 한다”며 “제사장을 승계할 때 하나님께 택하시는 이유를 성경은 일일이 제시하고 있다. 아버지의 아들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직분을 승계하는 경우는 성경에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목사는 “개혁교회의 목회자는 레위인의 전통에 서 있다. 레위인은 이스라엘 지파 중 공공성을 담지한 영성 지도자들이며,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고 말씀만 공부하며 일체의 사유재산을 소유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교회세습은 이 공공의 원리를 훼손한다. 공공의 재화와 권력을 목회자가 사유화함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공공성을 확장시키지 않고 훼손하게 된다. 교회세습은 성경을 거역하는 무서운 악행”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한 그는 “언약의 계승은 교회세습에 의해 부정당할 수 있다. 세속국가가 추동하는 물질문명과 우상문화를 극복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룩해야 할 교회는 하나님의 언약의 전통 위에 서 있다”며 “교회의 삶은 하나님이 친히 이끌어 가신다. 목회자 자신이 교회를 부흥시키고 이끌어 간다는 착각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이영재 목사 외에 권오서 감독(춘천중앙교회)이 발제했고, 류태선 목사(NCCK 신앙과직제위 부위원장), 전철 교수(한신대 조직신학)가 논찬했다. NCCK 김영주 총무는 인사말에서 “(NCCK) 회원교단 중 두 곳이 이번 9월 정기총회에 ‘교회세습방지법 제정’ 헌의를 해 놓은 상황”이라며 “교회세습은 세상 가운데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