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라면 누구나 설교와 예배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교회의 가장 중대한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예배이고, 그 핵심은 설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막 목회의 길로 접어든 목회자들은, 자신보다 앞서 그 길을 걸어간 선배 목회자의 지혜를 배우길 원한다.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가 바로 그것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교갱협은 19~21일 일정으로 경기도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진행 중인 제18차 영성수련회 둘째날(20일), '목회멘토링 토크콘서트'를 마련했다. 이름 그대로 선배 목회자가 후배 목회자들에게 목회의 지혜와 경험, 은혜 등을 전하는 자리다. 이건영(인천제2교회)·이규왕(수원제일교회)·정연철(양산삼양교회)·정우홍(명성교회) 목사가 '멘토'로 나섰다.
◈설교=이건영 목사는 "앞으로 전할 설교 6개월치를 미리 탈고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 목사에겐 약 25주치 주일예배 설교 원고가 이미 있는 것이다. 사정이 있다. 대부분의 담임목사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애환 아닌 애환, 바로 '경조사' 때문이다. 이 목사 역시 장례식이다 결혼식이다 바쁘게 다니다 보면 설교 준비할 시간이 모자란다. 토요일 '벼락치기'로 준비한 설교는 "은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이 목사의 고백. 그래서 그는 "지금이라도 출판사가 조금만 손보면 당장 책으로 펴낼 수 있을 정도의" 설교 원고를 미리 준비한다.
이규왕 목사는 정반대였다. 그는 "설교 준비를 토요일 자정까지 한다"고 했다. 스스로도 "나쁜 버릇"이라고 했는데, "고쳐 보려고 해도 주초에는 집중이 잘 안 된다"는 게 그의 해명. 이 목사의 이런 '솔직한' 고백은 오히려 '멘티'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동병상련이랄까. 그래도 이 목사는 꽤 훌륭하게 목회하고 있다. 그는 "설교는 포도송이와 같아서, 핵심만 잘 잡으면 훌륭한 설교가 가능하다"고 했다. 포도송이의 꼭지만 잡아도 모든 포도알들을 들어올릴 수 있듯이 말이다. 역시 '비법'은 있었다.
◈예배=정연철 목사는 일반적인 교회에서 가장 성도들이 많이 참석하는 '2부 예배'가 오히려(?) 더 "은혜롭다"고 했다. 정우홍 목사가 "전통적인 2부 예배는 좀 경직되는 데 반해, 3부 예배는 보다 자유로워 설교도 더 수월하다"고 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2부 예배가 참석 성도들도 많고 분위기도 엄숙하기 마련인 점을 감안하면, 정연철 목사보다는 정우홍 목사의 말에 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도 정연철 목사가 3부 예배를 더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는 이렇다.
"예배의 영적인 분위기에 따라 설교가 은혜롭게 되기도 하고 또 힘들기도 하다. 2부 예배는 준비하는 구성원들이 좀 더 긴장하는 편이라 정성이 더 담기고 영적 분위기도 좋다. 반면 3부 예배 때는 그런 것들이 다소 흐트러지는 것 같다. 예배가 보다 은혜로우려면 설교자 뿐만 아닌 모두가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이규왕 목사는 "회의에서 순서와 절차가 중요하다면, 예배에선 흐름이 중요하다"고 했다. 즉 예배 순서가 순서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 흐름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 흐름을 깨는 분들이 간혹 있다. 대표기도를 오래 한다든지, 봉헌송을 너무 길게 부른다든지 하는.... 그럴 때면 정말 속이 터진다(웃음)."
◈부교역자(부목사)=4명의 멘토들이 정확하게 두 명씩 의견을 달리한 주제다. 이건영 목사와 정우홍 목사가 운동도 하고 낚시 등 야외활동도 즐기며 부교역자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편이라면, 이규왕 목사와 정연철 목사는 부교역자들에게 순종과 배움을 더 강조하는 스타일이었다.
이건영 목사는 "부교역자들과 자주 농구도 하고 축구·족구 등을 즐긴다. 어떨 때는 함께 기도하는 것보다 이렇게 땀 흘리며 어울리는 게 팀워크에 더 도움이 된다"며 "그런데 이렇게 부교역자들과 함께할 때는 항상 철칙이 있다. 바로 부교역자들의 아내와 아이들과도 언제나 함께한다는 것이다. 목회는 목사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의 아내와 아이들이 바로 목회의 조력자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운동에는 영 소질이 없다"고 한 이규왕 목사는 부교역자들에게 "배울 때는 철저하게 배워야 한다. 그렇게 자기 성장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부교역자는 담임목사의 종이 아니다. 똑같은 하나님 앞의 사역자다. 그렇기에 언제나 성실하고 열심히 사역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스=사람을 상대하는 일 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목회자는 누구보다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다. 멘토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을까.
이건영 목사는 "교회 성도 중 하나가 나에 대해 매우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마음이 힘들었고 스트레스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다 생각했다. '나만 힘들까'라고. 날 오해하고 있는 상대방도 그 오해로 인해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열렸고, 그 성도의 발을 씻길 수 있는 은혜까지 하나님께서 허락하셨다. 입장을 바꿔보는 것, 그것이 내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말했다. 정연철 목사도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항상 상대를 생각하며 마음을 비운다"고 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