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회의 사무직원이 돌아오는 주일에 사용할 주보를 편집하고 있었다. 늦어도 금요일 아침이나 정오까지라도 마감을 해서 인쇄소로 보내야 하는데, 금요일 오후 3시가 넘어서도 설교의 본문과 제목, 그리고 예배모임 중 부를 찬양 선곡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다행히 부서들에서 보내 준 광고 내용은 정리해 올리긴 했지만, 끝을 내지 못한 담당자는 발을 구르고 있다. 인쇄소로부터 독촉하는 전화도 간간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 어렵게 통화된 목회자는 설교의 본문과 제목을 전화로 불러준다. 그리고 바빠서 전화를 끊겠다고 말한다. 사무직원이 “잠시만요!”라고 외친다. “찬송 선곡하신 건요?”
잠시 적막이 흐르고… 목회자는 “이 곡이면 좋겠다”면서, 주보에 들어갈 두 곡의 찬양 제목을 불러 준다. “찬양과 함께 표기할 장 수는 직접 찾아 보라”는 말과 함께….
이런 모습을 CCTV로 담아 전 교인에게 공개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교인들에게 물어보면, 과연 어떤 반응들이 나올까? 예상해 볼 수 있는 몇몇 의견을 생각해 보자. 어떤 이는 졸속으로 준비된 예배모임에 대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고, 또 어떤 이는 그래서 우리 교회 예배에 늘 뭔가 빠져 있는 것 같았다고 말할지 모른다. 또 다른 이는 정말 바쁘고 중요한 일이 생겼을 것이라 스스로 위로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이번 한 주만 특별한 경우였다고 이해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서 주일예배를 준비하는 모습이 사실 어설프고 취약해 보이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난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중 가장 일반적인 두어 가지 이유를 든다면, 그 중 하나는 예배 준비를 위해 들이는 시간이 너무 적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배 항목별로 준비하는 수고의 균형이 무너져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주일예배 설교 준비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하는가? 거의 1주일 내내 준비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절대 목양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거기서 먹고 자면서 설교를 준비한다.” 그러나 한 주간 내내 설교 준비만 할 수 있는 목회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형교회여서 부교역자들이 심방이나 상담, 교회의 여러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이라면 모를까.
그리고 대다수는 설교자만이 아니라 한 가정의 아버지 또는 가족의 일원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목양실 밖으로 나가야 할 때가 많다. 현대 교회에서 목회자의 역할은 10가지 이상이다.
그러나 그렇게 설교 준비에만 집중한다 해서 예배 준비가 충분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좋은 설교는 절대 목양실 안에서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교인들 삶의 현장과, 그들과의 만남에서도 준비되어야 한다. 한 교우당 한 주간에 한 번씩은 심방이나 마음을 전하는 전화를 해야 목회자의 본분을 다하는 것 아닌가(나도 과도하다는 것을 안다)!
주일 예배모임에 참석한 회중에게 어떤 말로 격려하고 예배 안으로 초청할지 깊이 묵상해 본 적이 있는가? 하나님의 속성과 성품, 그리고 행하신 능하신 일을 찬양할 때 회중의 입장에서 어떠한 마음으로 고백하게 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대표기도자가 공동체의 신앙고백과 필요,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 헌신과 요청에 대해 어떻게 준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가? 예배 중에 듣게 될 찬양대의 노래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회중 속에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하는 사역이 될지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있는가? 예배를 인도하는 자와 순서를 맡는 이들이 함께 모여 진정 공동체의 변화와 성숙의 기회가 되기 위해 기도하고 있는가?
이 외에도 적어도 수십 가지는 더 마음을 주고 준비해야 할 일이 있다. 예배 준비를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예배 준비를 위한 시간은 아까운 시간이 아니라, 필연적인 시간이다. 찬송 두 곡 선곡만으로 끝내선 안 되고, 최소 10시간은 설교를 제외한 예배 준비로 사용해 볼 것을 격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