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문제가 연방대법원에 이어 펜실베니아 주에서 소송으로 번진 가운데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기권패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이런 행동은 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소극적 포기가 아니라 동성애를 향한 적극적 지지여서 우려가 크다. 그리고 동성애자들은 이런 정치인들의 입장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전략 1. 깨기 쉬운 주부터 하나 하나
연방대법원 이후 "전국에서 소송을 제기해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겠다"고 공언한 동성애자들이 펜실베니아 주를 가장 먼저 노린 이유는 비교적 쉬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미 대륙 북동부에서 로드아일랜드와 델라웨어가 연이어 동성결혼에 무릎을 꿇으면서 사회 전반적 분위기가 친동성애적으로 변했는데 반해 펜실베니아만이 유일하게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펜실베니아 주는 헌법이 아닌 법령이 동성결혼을 금지하면서 동거인 자격(Domestic Partners)과 시민결합(CIVIL UNIONS)까지 불허하는 주에 속한다. 즉, 헌법보다 재판에서 대항하기 쉬우며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기 좋은 토양이란 것이다.
전략 2. 감정에 호소하기
동성애자들이 사랑할 권리, 인권 혹은 평등권을 이유로 여론몰이에 성공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의 동성결혼 합법화 싸움에서는 "고독한 동성애자들"이 주인공이었다. 동성애에 적대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소송을 해 가는 외로운 존재처럼 비춰지던 동성애자들은 연방대법원 이후 소송에 있어서도 하나의 세력을 이루었다. 이번 펜실베니아 소송에서는 무려 23명이 주지사와 법무장관 등을 고소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동성애자 가정의 자녀들인 십대 소녀 둘도 여기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십대 소녀들은 이 소송에서 "다양한 가정의 모습을 인정해 달라"는 방향으로 변론할 예정이라 한다. 어린 두 소녀의 감성을 자극하는 표현에 여론의 힘이 실리면 동성결혼 허가는 물론 입양 및 양육권 문제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히 공립학교 교육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 3. 정치권 이용하기
펜실베니아 주에서 소송이 제기된 지 이틀 만에 주 법무장관인 캐슬린 케인은 "소송 포기"를 동성애자들 앞에서 선언했다. 그냥 상징적으로 "동성애자들 앞에서"가 아니라 정말 "동성애자들 앞에서" 선언했다. 그는 국립헌법센터(National Constitution Center)에서 이런 발표를 했으며 이 자리에 모여 있던 동성애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지난해 법무장관에 당선됐으며 차기 주지사까지 노리는 그는 "펜실베니아 주 법이 규정하는 차별금지 조항에 의거해 동성결혼자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반해 공화당에 속한 톰 코벳 주지사는 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캐슬린 케인처럼 정치인들의 동성결혼 소송 불참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연방 결혼보호법이 연방대법원에 소송됐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소송 포기와 동시에 동성애 지지를 재확인 했으며 캘리포니아 주 역시 프로포지션8 소송을 포기했다.
전략 4. 경우마다 다양한 방법 구사하기
동성결혼을 법령으로 금지하는 인디애나 주에서는 동성애 지지단체들이 동성애자들로 하여금 이 법에 반대하는 행동을 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인디애나 주에서는 동성결혼이 불법인데 관계 법령에서 결혼증명서 취득을 위한 서류 제출시 허위 기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남성과 남성이 결혼증명서를 신청한다든지 할 경우, 의도적 허위 기재로 취급돼 D급 중범죄로 인식된다. 이 경우는 3년 징역에 1만 달러 벌금까지 가능하다. 그래서 동성애자들은 "인디애나에서는 동성결혼이 불법일 뿐 아니라 중범죄다"라며 불만을 쏟아놓고 있다.
동성애자들이 결혼식을 거행했다가 적발되면 B급 경범죄로 취급되기도 한다. 이 경우는 180일 구류에 1천 달러 벌금이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된 1997년 이래 이 법에 의해 처벌을 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 지지단체들은 의도적으로 이 법을 어겨 처벌을 받는 케이스를 이참에 만들어 보라고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다. 평등권을 위한 희생양을 만들어 유리한 여론을 만들어 내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