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연금재단(이사장 김정서 목사)이 대부업체 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899번지와 900번지의 토지 개발(부지면적 약 5천평, 연면적 5만 3천평)을 목적으로 비상장회사인 ‘동천유타워’에 270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해당 토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서 수익권을 설정했던 흔적이 있는 등 소유권도 복잡하고 특혜 시비도 일고 있어, 수익성을 비롯해 각종 논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은 거액의 재산을 은닉하거나 자녀들에게 편법 증여해 추징금 납부를 피하고 있어, PD수첩 등에서 이를 파헤치기도 했다.
◈전두환 일가도 관련된 대지… 정권 말 용도변경 허가
문제의 ‘동천동 899번지’에는 오피스텔과 물류창고가 들어설 예정으로, 사업 주체인 동천유타워와 아시아신탁이 체결한 분양관리신탁원부에는 우선수익 1순위로 통합 연금재단이 설정돼 있다. 또 지하 4층부터 지상 24층까지 모든 층이 물류창고용으로 쓰일 건물의 부동산담보신탁 계약 우선수익 1순위에도 통합 연금재단이 설정돼 있다.
이 두 부지 사업의 수익권은 대한물류센터가 소유해 오다, 지난 2002년 건설업자 박정수 씨가 운영하는 늘푸른오스카빌에 매각됐다. 이후 ‘동천유타워(자본금 5천만원, 대표이사 하태수)’라는 곳에 2012년 9월 매각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땅은 지난 2008년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전재용 씨에 의해 수익권이 설정되기도 했다. 당시 이 땅에는 전재용 씨 뿐 아니라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전재용 씨 외삼촌인 이창석 씨의 수익권도 함께 설정돼 있었으며, 두 사람의 수익권을 합하면 1000억원대에 이르기도 했다.
지난 25년 동안 각종 법적 분쟁과 민원 때문에 ‘애물단지’로 취급받던 이 물류창고용 부지는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2년 9월 동천유타워(대표이사 하태수)에 매매된 후 3개월 만에 사업승인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2010년 전두환 일가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에 대한 기사를 쓴 한 언론에 따르면 당시 지식경제부 노영식 사무관은 “대한물류센터가 물류집배송단지 사업계획 승인을 추진해 왔지만, 10년 넘게 주주간 싸움으로 나대지로 방치돼 온 땅”이라며 “지금 와서 이 일대의 용도를 풀어주는 것은 불가능하고,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에 특혜 시비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2년 9월 이 땅을 매입한 동천유타워(대표 하태수)는 신청 후 불과 1개월여 만에 사업승인을 받아냈다.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2년 11월 29일, 수십 년간 개발에 난항을 겪던 이 부지는 경기도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산자원부)에 공동집배송센터 지정을 요청하면서 변화를 맞는다. 지식경제부는 고시(제 2012-285호)에 의해 공동집배송센터로 지정했고, 용인시는 2013년 1월과 3월 건축허가를 승인했다. 3년 전만 해도 특혜 시비에 시달릴까 두려워 허가를 내줄 수 없다던 지식경제부도 이를 허락해준 것.
◈투자인가 대출인가
해당 부동산 신탁원부(제 2013-1332호)를 분석한 한 금융 전문가에 따르면, 연금재단은 270억원을 브리지론(자금이 급히 필요할 때 단기차입으로 조달하는 자금)을 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신탁기한이 3개월에 불과해, 오는 7월 25일까지 제3자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70억원을 계속 예치해 놓아야 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물론 어떤 종류의 대출을 해 줬는지는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서만 알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연금재단이 270억원을 대출해 주고 개발 수익권 설정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익권’이란, 땅이 팔리거나 개발돼 수익이 났을 경우 수익금을 배정받을 권리를 뜻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통합 연금재단에서 브리지론을 해준 것이 사실이라면 계약 만료일인 오는 7월 24일까지 제3의 인물이 270억원을 투자했을 때만이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제3의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대출금을 상환받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연금재단측은 지난 4월 24일 수지구 동천동 899·900번지 땅의 개발권을 가진 아시아신탁에 3개월짜리 부동산 담보 대출을 해 줬으며, 2013년 7월 25일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아시아신탁 담당자는 “동천유타워와 연금재단이 대출 계약을 한 것이므로, 대출이 부동산 담보대출인지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자금조달을 하려는 기업주의 신용이나 물적 담보가 아닌, 프로젝트 사업 자체의 수익과 사업성을 보고 대출을 해 주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계약 당사자에게 물어보라”고 밝혔다.
◈불법인가 합법인가
하지만 2012년 예장 통합 총회 규정집에 따르면, 연금재단 기금운용 규정 제3조 ‘기금의 운용방법’에 대부 관련 사항이 있으나, 대부는 연금가입자 또는 연금 수급권자에게만 가능하지 외부 기업체인 제이비어뮤즈먼트나 동천유타워 등에는 해줄 수 없도록 돼 있다.
더구나 교회 대출의 경우 3억원, 개인 대출은 1천만원을 각각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연금재단은 대출을 해줄 수 없는 제이비어뮤즈먼트와 동천유타워에 수백억원씩 대출을 하고 있다. 게다가 상장 회사에만 투자할 수 있는 규정과 달리, 동천유타워는 비상장회사이다.
또 취재 결과 일체의 대부 행위를 위해서는 대부업체 등록이 필요한데도, 관할 구청 담당자에 따르면 통합 연금재단은 대부업체 등록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대부업체로 등록하려면 대부업만 해야 하는데, 연금재단은 성격상 이것이 불가능하다.
무등록 대부업체가 대부 사업을 벌일 경우, 경찰에서 관련 사실을 조사해 범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징역이나 벌금형 등 사법처리될 수도 있다. 무등록대부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불법수익금 전액은 환수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동천유타워와 아시아신탁 사이에 체결한 부동산담보신탁과 분양관리신탁 계약서에 따르면 우선수익권자가 더케이저축은행, 모아저축은행, 삼정저축은행, 동부저축은행에서 통합 연금재단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이들 중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브리지론이 맞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연금재단측은 이에 대해 “재단 이사회에서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떠한 답변도 해 드릴 수 없다. 죄송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