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체인 CGV(서정 대표이사)가 부율을 기존의 50(투자제작사)대 50(극장)에서 투자제작사 쪽에 유리한 55(투자제작사)대 45(극장)로 조정했다. 부율이란, 투자제작사와 극장 간 입장권 수익 분배 비율을 말한다.
CGV는 20일 멀티플렉스 100호점 'CGV 신촌 아트레온' 개관식 행사에서 이 같은 극장 부율 조정안을 밝혔다. CGV 서정 대표이사는 이 자리에서 "내달 1일부터 서울 소재 직영 극장에 한해 이 같이 부율을 조정한다"면서 "CJ그룹의 상생경영 철학에 입각해 영화제작, 상영, 재투자를 활성화하고자 부율 관행을 조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우리가 선도사업자라는 생각으로 먼저 의사 결정을 하면 시장이 따라와주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CGV는 외화 부율은 그대로 둔 채 한국영화에 한해서만, 극장 측이 양보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지난 10여년간 영화계에서는, 영화관람객이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보고 수익이 발생하면 서울의 경우 극장과 투자제작사가 각각 50대 50의 비율로 이득을 배분해 왔다. 하지만 외화의 경우 극장이 40, 투자제작사가 60을 가져가며 한국영화와 외화의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외국영화의 흥행력이 한국영화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1990년대의 관행이 이어진 결과로, 국내 투자제작사들은 한국영화의 흥행 성적이 좋아진 만큼 한국영화의 부율을 외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부터 CGV를 비롯해 메가박스(업계 2위), 롯데씨네마(3위) 등 대형극장이 동반성장위원회와 함께 부율 조정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온 가운데,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 CGV가 업계 상생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이에 따라 다른 업체들 또한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지의 여부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극장 쪽의 수익이 악화되는 만큼,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부율 조정에 대해, 영화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영화계에서는 이번 조정으로 영화 창작 부문에 보다 많은 수익이 돌아감으로 지속적인 양질의 컨텐츠 생산과 활발한 재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영화제작가협회 원동연 부회장은 "CGV가 저희 영화계 생태계를 건전하게 만들기 위해 선도적으로 이러한 중요한 결정을 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영화단체연대회의 이춘연 대표는 "어려운 문제를 대화로 해결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영화계의 남은 과제들이 대화를 통해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