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의 한 교회는 지난해 교단을 탈퇴하고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한독선연)에 가입했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그 이유에 대해 “교단 정치에 염증을 느꼈다”며 “교회와 교인들보다 교단 정치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 회의가 들었다”고 말했다. 한독선연 회원인 부산의 한 교회 역시 “(교단에 속해 있을 당시) 교단의 불합리한 행정처리가 잦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단을 떠나 ‘초교파’를 지향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올해까지 한독선연에 가입된 교회는 약 2400여 곳. 해마다 그 숫자가 늘고 있다. 한독선연 목사안수자도 지난 1998년 첫 안수식 당시 12명에서 최근 160명까지 증가했다. 한독선연은 교단 배경이 없는 ‘독립교회’ 및 선교단체들의 연합체로, 총회-노회-당회와 같은 교단의 ‘수직적’ 형태가 아닌 회원들 간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교회들이 교단을 탈퇴하는 이유로 ‘교단 정치’가 가장 많이 꼽히고 있다. 한 목회자는 “교회가 조금이라도 성장하기 시작하면 교단이 개입하기 시작한다”며 “그런 과정에서 교회는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심한 경우 교회가 갈라지기도 한다. 소위 교단의 ‘정치 목사’들에게 교회가 휘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런 것에서 벗어나려는 교회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보다 과감한 교회 운영을 위해 교단을 탈퇴하는 경우도 있다. 경남 진주의 한 교회는 이 같은 이유에서 10년 간 독립교회로 있다 최근 한독선연에 가입했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우리교회는 목사·장로 임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여러 분야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것들을 교단에 소속된 상태에서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초교파 교회’들이 겪는 어려움도 있다. 아직 대부분의 교회들이 교단에 소속된 상태에서 교단이 없을 경우 자칫 이단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단을 탈퇴한 부산의 한 교회 전도사는 “전도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장로교’가 아닌 것에 경계심을 나타낸다. 한국교회에 장로교의 영향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며 “더군다나 초교파 교회라고 하면 더 의심을 받는다”고 말했다.
‘초교파 교회’에 대해 신학자들은 그것의 장·단점을 언급하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백석대 이정순 교수(선교학)는 “한독선연은 물론 교단을 떠난 교회들이 모인 곳이지만 ‘연합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우리나라에 완전한 의미의 초교파 교회는 드물다”며 “교파주의가 갖는 문제가 있지만 교회가 교단을 벗어날 경우 잘못된 길로 나갈 위험성 역시 크다”고 지적했다.
고신대 이상규 교수(역사신학)도 “교회가 독립된 교회로 존재할 수 있는 신학적 소양과 목회적 양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단을 탈퇴하면 위험할 수 있다”면서도 “교단의 교권주의와 잘못된 정치로부터 탈피해 교회가 교회의 본질적인 것에 우선 순위를 둘 수 있다는 점에선 장점이 있다. 외국에도 교단에 속해 있지 않은 좋은 교회들이 있다. 지금 한국교회는 본질 이외의 것에 너무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