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가게를 하는 A씨(52)는 주일 아침 7시 1부 예배를 드린 후 곧바로 장사 준비를 한다. 주일에 손님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다. 거룩한 주일에 과연 장사를 해도 되는지, 혹 주일성수를 어긴 것은 아닌지 하는 염려 때문이다.
30대 초반 직장인 B씨는 얼마 전 나이 많은 교회 권사에게서 충고 아닌 충고를 들었다. 직장 일에 지쳐 주일 오전 10시 2부 예배만 드리고 집으로 향하는 B씨에게 이 권사는 “1부 예배부터 저녁예배까지 드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일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B씨는 웃어 넘기며 “알겠다”고 했지만, 정말 그래야 하는지 고민이다.
‘주일(主日)’은 기독교 전통에서 매우 중요한 날 중 하나다. 흔히 ‘교회를 다닌다’고 하면 ‘주일에 예배를 드린다’는 뜻으로 통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만큼 주일은 교회에 있어 특별한 날이고, 기독교인들은 이 날에 예배를 드린다. ‘주일성수’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고, 주일에 예배를 드리는 것을 자연스레 ‘주일성수’라고 일컫고 있다.
그런데 목회자들 중 일부는 이 ‘주일성수’를 “주일에 교회에서 드리는 모든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가령 한 교회가 주일 1~3부 예배와 저녁예배를 드린다면, 이들에게 주일성수는 ‘주일에 4번의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또 ‘주일=안식일’ 개념에서 주일에는 장사는 물론 운동을 해서도 안 되고, 심지어 식당에서 돈을 내고 밥을 먹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이를 어기면 주일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3번이든 4번이든 교회가 정한 예배를 다 드려야만 주일을 지키는 것일까. 또 주일에는 모든 ‘일’을 멈추고 ‘안식’해야만 하는 것일까. ‘주일성수’의 기준을 우리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 것일까.
주일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다. 초대교회는 예수님이 부활한 주간의 첫날, 즉 일요일을 주일로 정했다. 이후 기독교인들은 주일에 예배를 드리며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묵상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올렸다. 하지만 안식일은 주간 마지막 날이다. 성결대 배본철 교수(역사신학)는 “지금도 일부 보수적인 교회들은 주일예배를 안식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확히 말해 주일은 안식 후 첫날”이라고 말했다. 주일과 안식일은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 많은 교회들이 주일예배를 1, 2부 등으로 나눠 놓은 것도 ‘주일성수’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 교회에서, 특히 대형교회일 경우 여러 차례 예배를 드리는 것은 한 번에 예배를 드릴 수 없어 시간을 나눠 놓은 것일 뿐, 예배마다 성격이 다르다거나 각각의 예배가 고유한 형식을 갖는다는 등의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이들 예배에서 담임목사는 모두 같은 내용의 설교 메시지를 전한다.
배본철 교수는 “교회가 예배를 시간대별로 나눠놓은 것은 교인들 각자가 가능한 시간대에 예배를 드리라는 취지”라며 “주일을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는 주일성수의 본래 취지와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일성수의 기준은 무엇일까.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한국교회사)는 “초창기 한국교회는 보통 주일 대예배와 저녁예배를 드렸다. 교회가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만큼 교인들은 가까운 교회에서 주일 대예배 뿐만 아니라 저녁예배도 드렸다”며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신앙적 노력의 일환에서 가능하면 주일 대예배와 저녁예배 정도는 드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본철 교수는 “일주일 중 하루가 아닌, 기본적으로 모든 날이 다 주일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일예배를 드리는 그 하루만이 특별히 더 성스럽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다만 주일은 교회에 모여 주님의 부활을 송축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주일성수 역시 그런 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몇 부의 예배를 반드시 드려야 한다는 형식적인 것보다, 주일 본래의 의미를 더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