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찬 교수(총신대), 유병국 선교사(WEC 국제동원 대표), 박용규 교수(총신대). 이들은 최근 3주간 사랑의교회 주일예배 강단에 섰던 설교자들이다. 세 명 중 두 명이 신학교 교수다. 김지찬 교수는 해외 집회로 자리를 비운 이찬수 목사를 대신해 14일 분당우리교회 주일예배 강단에도 섰다.
교수들, 교회 이해관계서 비교적 자유로워
교회의 담임목사가 어떤 이유로 잠시 주일예배 설교를 하지 못할 때, 교회는 그 공석을 신학교 교수로 채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신학교 교수들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도 수업이 없는 주일, 교회에서 설교자로 교인들을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험은 대형교단의 인준 신학교 교수일수록 더 많은 것이 보통이다.
특히 최근 내홍을 겪으며 담임목사가 꽤 오랜 기간 주일예배 강단에 설 수 없었던 교회들을 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강북제일교회는 소속 교단(예장 통합)의 인준 신학교인 장로회신학대학교의 교수들을, 분당중앙교회(담임 최종천 목사) 역시 총신대학교 교수들을 임시 설교자로 초빙했다. 주안장로교회는 아예 장신대 주승중 교수를 지난해 후임 담임목사로 청빙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교회들은 왜 신학교 교수들을 임시 설교자로 선호하는 것일까. 총신대 김지찬 교수는 "신학교 교수들은 설사 분쟁 중인 교회라도 그곳의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며 "신학적으로도 이미 검증된 이들이라 교회들이 자주 초청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찬 교수는 오랜 교수 생활 동안 여러 차례 목회 현장에서 설교자로 강단에 선 경험을 가지고 있다. 김 교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가끔 설교자로 목회 현장에 가면,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좀 더 분명하게 느끼게 된다"며 "그러다 보면 그 차이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이는 교수로서의 자세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설교 후 얻는 피드백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학교 교수에 대한 교회들의 이 같은 선호는 자연스레 담임목사 청빙으로도 이어진다. 이미 언급한 주안장로교회를 비롯해 국·내외 다수 교회들이 신학교 교수들을 후임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신학교들, 교수 임용 때 주로 계량적 기준 적용
이렇게 신학교 교수가 설교자로 목회 현장에 투입되는 사례는 흔하지만, 반대로 목회자가 그 경험을 살려 신학교에서 교수로 예비 목회자들을 가르치는 경우는 아직 그리 많지 않다. 목회자들 중 담임목사와 교수를 겸하는 이들은 간혹 있으나, 목회를 하다 아예 신학교로 자리를 옮기는 예는 찾기 힘들다.
한 신학교 교수는 "현재 국내 신학교들은 교수들을 임용할 때 학위와 실적 등 주로 계량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일반 대학들과 달리 신학교는 예비 목회자들을 길러내는 곳이고, 따라서 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신학교에서의 학문이 목회 현장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오늘날, 연륜 있는 목회자의 교수 초빙은 신학교 개혁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랜 교수 생활을 접고 수 년 전 교회를 개척한 한 목회자는 "국내 유명 신학대는 교수 임용 기준에 '목회 경력 5년'을 명시하고 있는데도, 실제 그 학교 교수들 중에 이 기준에 맞는 이는 많지 않다"면서 "이것만 봐도 지금 한국의 신학이 얼마나 본질에서 멀어졌는가를 금방 알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