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씨는 가끔 일에 지칠 때면 점심 시간이나 휴식 시간을 이용해 근처 교회를 찾았다. 예배당에 홀로 앉아 기도하면 그나마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장을 옮기고 난 후 이런 생활이 힘들어졌다. 주변 교회들 모두가 평일에 예배당을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K씨는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기도가 직장생활에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더 절실히 깨닫는다.
집기·헌금에 손 대고, 술병·담배꽁초까지 나뒹굴어
평일에 예배당 문을 걸어잠그는 교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집기 도난 등이 주된 이유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대형교회 관계자는 “한때 예배당을 개방했지만 물건이 사라진 적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평일에 예배당 문을 잠그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들은 문을 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시흥의 한 교회 목회자는 “물건을 훔쳐가는 것도 그렇지만 헌금에 손을 대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노숙자나 청소년들이 들어와 예배당을 어지럽히고 술병과 담배꽁초가 나뒹굴 때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럼 교인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시내 또 다른 한 교회 목회자는 “중·소형교회들은 평일 교회 관리를 맡길 인력을 쓰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그런 이유로 예배당을 개방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CCTV를 설치하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예배당 앞에 써붙였다. CCTV가 있다는 걸 알아야 예배당을 어지럽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예배당을 개방하는 교회도 있다. 개포감리교회는 심야 시간을 제외하곤 평일 대부분 시간 동안 예배당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이 교회 안성옥 목사는 “카메라를 가져간다거나 헌금에 손을 댄 경우도 있었지만, 교회 문을 닫는 것이 은혜가 되지 않는 것 같아 불편하지만 평일에도 예배당을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목사 역시 “그래도 일부 공간엔 CCTV를 설치해 놓았다”며 “자칫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인이 목회했던 교회는 방화로 인해 불에 타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일부 교회들은 개인기도실을 마련해 놓는 등 간접적인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서울 중구의 한 교회는 “평일 예배당 개방은 어렵지만 대신 개인기도실 문은 열어놓는다”며 “처음엔 누구나 이 기도실을 이용하게 했는데, 간혹 이단들이 쓴 경우도 있어 지금은 사용을 원하는 이들의 신분을 확인한 후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CCTV 설치하고 관리인 두는 것밖에는…
교회돌봄연구소 소장 김종석 목사는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이 예전 같지 않아 거의 대부분의 교회들이 예배당 문을 닫아놓는다”며 “그 이유를 분석해 보면 첫째는 도난 때문이다. 피아노를 비롯한 값비싼 물품들을 가져가고 예배당 입구의 헌금함 자물쇠를 따서 그 안에 든 헌금을 가져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목사는 “다음으로는 이단들의 출입 때문이다. 이들이 들어와서 교회 정보를 가져가기도 해 교회들은 예배당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그리고 교회에 적개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유없이 해코지하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엔 예배당에 대·소변을 보기도 하고 방화까지 저지른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이런 이유로 서울과 수도권, 광역 도시들의 교회는 아마 대부분 예배당 개방을 꺼릴 것이다. 그나마 지방 소도시의 일부 교회들만이 문을 열어 놓고 있는 형편”이라며 “시민들이 평일 예배당에서 기도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교회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다. CCTV를 설치하거나 관리인들을 늘리는 것 외엔 사실 뾰족한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 시내 한 교회 목회자는 “예배당 문을 열어놓자니 피해가 크고, 또 지금처럼 그대로 잠그자니 혹 기도를 위해 교회를 찾았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참 난감하다”며 “기독교의 침체 속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악순환이다. 문제가 되니 교회는 예배당 문을 닫고 그래서 교회를 찾는 발걸음도 줄어드는……. 기도밖에는 답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