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미국 남침례신학교 러셀 무어(Russell Moore) 학장이 크리스천포스트(The Christian Post)에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대한 복음주의적 시각’이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칼럼에서 무어 교수는 “베네딕토 16세의 충격적인 사임 소식에 대해, 복음주의적 기독교인들은 대학교 풋볼 팬이 라이벌 팀 헤드 코치의 사임을 바라보듯이 대할 수 있다. 교황 베네닉토 16세가 사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우리가 로마교의 마지막 주교 2명이 지닌 전통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은 바로 ‘인간의 위엄에 대한 강조’로, 우리는 이를 존경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물론 침례교 신자로서, 많은 부분에 있어서 로마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베드로 교리 사역의 속성, 로마교 교황과 다른 교회들과의 관계성, 교회 권력 등과 관련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티칸이 사람에 대한 위엄과 자유에 가장 우선 순위를 둬왔다는 점이, 앞선 개신교 세대들을 놀라게 한다”고 말했다.

무어 교수는 “구 소련의 전체주의에 전 세계가 위협을 받을 당시, 베네딕토 16세의 전임자였던 요한 바오로 2세는 인간의 번영과 자유에 대한 비전을 소통했고, 이는 그의 조국인 폴란드에서 저항 운동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며, 동유럽 전체를 거쳐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베네딕토 당시 추기경은 라틴 아메리카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일어난 ‘자유 신학’ 운동 속에서, 가톨릭과 뒤섞인 공산주의자들을 내부적으로 색출하는 작업을 했다.

교황의 직위를 맡은 이후, 베네틱토 16세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이슬람 정권, 교회를 불법화하는 중국 공안과 북한 정권에 의해 벌어진 기독교인에 대한 유혈 핍박에 반대해 왔다. 또한 서유럽과 미국에서 ‘영혼이 썩어가는’ 세속주의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표시했다.

무어 교수는 “베네딕토 16세는 또한 인간성이 의미하는 것에 대한 어거스틴의 관점을 갖고, 성적인 혁명에 반대하며, 한 인간은 기계가 아님을 전 세계에 각인시켜왔다”며 “우리는 서로 부빌 때 감각적인 스파크를 일으키는 신경 조직들의 단순한 연결체가 아니다. 대신 인간은 하나의 몸을 향하게 돼 있으며, 이는 인격적이고 영적인 것이다. 교황은 결혼과 가족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단순히 오래된 도덕성들을 허무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짜여진 자연적인 그물을 허무는 것임을 우리에게 일깨운다”고 설명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인간의 가치를 권력과 실용적인 관점에서 정의하는 허무주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들, 알츠하이머로 고통받는 여성, 사막에서 굶주리는 아이들, 감옥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교황은 “사회는 배아, 태아, 앵커베이비, 불법입국자, 부수적 피해 등의 언어로 인간성을 말살시키려 하지만, 이들의 삶이 하나님의 형상이고 우리는 그들을 위해 이 사실을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어 교수는 “개신교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갖가지 것들과 관련해 베네딕토 16세와 다음 교황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다른 것을 할 수는 없으나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실 것이다. 그러나 다음 교황이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기억하고, 우리가 그것을 잊을 때, 우리들 가운데 이를 일깨워줄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말하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