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소식에 가톨릭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보통 종신직으로 알려진 교황이 사망 전에 스스로 사임하는 것이 가능한지부터 그 배경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단 가톨릭 교회법 상 교황은 사임이 가능하다. 대신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교황이 사임하겠다고 하면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은 가톨릭 역사에 중요한 한 획을 긋게 된다. 무려 598년 만에 처음 이뤄지는 교황의 사임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앞서 사임한 교황은 1406년부터 1415년까지 재임한 그레고리우스 12세다. 그러나 그는 사실 사임 형식을 띠긴 했지만 이미 1409년 추기경들에 의해 강제로 폐위된 상태였고 그것을 받아들인 것 뿐이다. 그러면 실질적으로 자진 사임자는 1294년 약 5개월 8일간 교황으로 취임했다 자신의 무능함으로 인해 사임한 첼레스티노 5세라고 볼 수 있다. 719년 전이다.

베네딕토 16세가 2010년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건강 상의 이유로 사임할 수도 있다”고 말하자 전세계는 발칵 뒤집혔다. 사도 베드로를 계승하는 교황의 직임은 하나님께서 맡기신 것인데 그것을 자유롭게 사임할 수 있느냐는 논쟁이었다.

그의 전임자인 바오로 2세의 경우에도 건강이 악화되자 퇴위 문제가 거론됐지만 그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한 난 여기 있겠다”고 말했고 결국 선종한 후에야 후임자가 선출됐다. 그러나 심장발작, 각종 관절 질환을 겪는 베네딕토 16세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을 결정했고 오는 28일이면 교황직에서 물러난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차기 교황들은 건강상의 문제 내지는 여러가지 이유가 발생할 시 얼마든지 사임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암묵적으로 요구받을 수도 있다는 전례가 남게 된다. 법으로 보장돼 있긴 하지만 물러 날 수 없고, 물러 나서도 안되는 거룩한 직임이라 여겨졌던 교황직에 대한 교회 내의 시각도 변화를 겪게 되며 이는 자칫하면 교황직에 대한 가톨릭 교회 내의 절대 권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여튼, 교황이 사임을 선언한 이상, 교황청은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회의인 콘클라베를 3월 중으로 열 예정이며 부활절 이전에 새 교황을 선출하고 즉위식을 마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