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가 17년간 청년교회였으니 그 때 청년들이 지금 3~40대가 됐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청년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이제 다양한 연령층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송태근 목사가 지난 해 삼일교회 부임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했던 말이다. 삼일교회를 ‘청년’의 대명사로만 알던 기자에게, 이 말은 마치 호수 위에 떨어진 작은 돌맹이처럼 생각의 한켠을 건드렸다. 삼일교회라고 언제까지 청년교회로만 있으란 법은 없으니까. 이 교회의 현재를 알고 싶었고, 미래까지 궁금했다.

삼일교회는 지금도 ‘청년교회’라 부르는 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청년들의 비중이 가히 절대적이다. 이 교회 주일예배의 풍경은 여느 교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것들 중 하나다. 수많은 청년들이 하나님을 예배하고 찬양한다. 굳이 ‘젊은이 예배’를 따로 두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다.

삼일교회가 청년교회로서 기틀을 마련한 때는 90년대 초·중반을 거치면서다. 1994년 이 교회 담임이 된 전병욱 목사는 부임 후 청년 사역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청년부에 전교회적인 지원이 투입된 것도 이례적이었다. 이후 90년대 후반 새벽기도가 청년 부흥의 도화선이 되면서 청년들의 숫자가 급속히 불었고, 소위 ‘숙명여대 강당 시절’을 거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교인수: 2만→1만3천
젊은이 예배 참석자 비율: 31%→26%
장년층 비율: 9%→13%


이런 삼일교회에 최근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교인수의 감소다. 지난 2010년 4월 11일 주일 1~7부 예배 참석인원은 21,707명이지만 2013년 1월 20일 주일 1~7부 예배 참석인원은 13,628명으로 약 8천명 가량이 줄었다. 특히 6, 7부 젊은이 예배 참석자 수는 같은 기간 6,784명에서 3,641명으로 줄었다. 이를 비율로 보면 2010년 전체 예배인원 중 31%를 차지했던 젊은이 예배 참석자가 2013년에는 26%로 낮아진 것이다.

반면 장년층의 비중은 커졌다. 마찬가지로 2010년 4월 11일 주일예배에 참석한 장년(신혼 포함)들의 숫자는 2,031명으로 전체 예배인원의 약 9%였다. 그런데 2013년 1월 20일 주일예배에선 총 1,814명의 장년들이 예배를 드렸고 그 비율은 13%였다. 물론 비교적 짧은 기간 사이의 통계이고 전임 목사의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어 이를 일반화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어느 정도 교회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절대적 교인수가 줄어든 가운데, 전체 예배 참석자 중 젊은이 예배 참석자 비중은 작아졌고 장년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진 것이다. 실제 삼일교회 한 교인은 “팀 모임을 하면 예전만큼 대학생 새 신자가 오지 않는다. 대신 가정의 수는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교인 역시 “과거엔 청년들에게 전도와 부흥에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종의 집중력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조금 분산된 듯한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일교회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강종욱 목사도 “양육적인 차원에서 장년층에 대한 부분이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최근 이를 많이 보강했다”며 “우선 교역자의 수를 늘렸다. 삼일교회는 평신도 리더를 키우는 시스템이라 교역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장년층의 비율이 커지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도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30대는 교회 정착이 다소 유동적이라 그 수의 누적이 어렵지만 30~40대의 수는 세월이 지나며 자연스레 누적된다”며 “최근 다양한 전도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학생 청년들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더십 교체도 영향

삼일교회의 변화는 비단 교인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바로 담임목사의 교체다. 전임 전병욱 목사는, 비록 불미스러운 일로 교회를 떠났으나 지금의 삼일교회를 있게 한 주역이다. 많은 이들이 그의 설교를 비롯한 목회 스타일을 삼일교회 청년 부흥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전병욱 목사와 함께 오랜 기간 사역해 온 황은우 목사(삼일교회에서 사역하다 얼마 전 전병욱 목사가 개척한 ‘홍대새교회’로 자리를 옮겼다-편집자 주)는 그의 책 <청년리더를 키우는 삼일교회 이야기>(좋은씨앗)에서 전 목사에 대해 “청년을 큰 목표로 삼고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인다”며 “그러다 보니 담임목사부터 최전선에 있는 청년 리더들까지 정보와 비전, 기도를 공유한다. 동질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고 하나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황 목사는 삼일교회가 다른 교회들에 비해 남자 청년들의 숫자가 많은 점을 언급하며 “형제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전병욱) 담임목사의 설교 영향이 크다”면서 “그는 야성(野性) 기독교를 많이 강조한다. 즉, 복음의 능력으로 세상을 정복하자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는 형제들을 끌어당긴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청년들을 강하게 이끈 전병욱 목사의 목회는 일각에서 ‘스마트 목회’ 혹은 ‘1등 제일 주의’로 비판받기도 했지만, 실업과 가정불화 등으로 고통에 시달리던 현대 청년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한 것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반면 새로 삼일교회를 이끌게 된 송태근 목사는 스스로 “비전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할 만큼 전 목사와는 상반된 유형의 목회자다. 교인들 역시 그 차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삼일교회 한 교인은 “주일예배 설교가 상당히 차분해지고, 한편 점잖아졌다. 전임 목사님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목회관 역시 청년을 주 목표로 삼았던 전병욱 목사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송태근 목사는 본지와의 지난 인터뷰에서 청년 사역에 일차적 초점을 두겠다고 하면서도 “정말 좋은 교회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손자 손녀 등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다 건강하게 자라는 교회”라고 세대간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삼일교회도 지역교회, 구성원 보편화 당연

삼일교회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한 청년 사역자는 “삼일교회는 파라처치(para-church)가 아닌 로컬처치(Local-Church)다. 그렇기에 지역적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어느 지역에나 다양한 연령층이 존재하기에 비록 청년교회로 시작했다 할지라도 그 구성원의 보편화는 자연스럽고 또한 당연한 것이다. 사실 그 동안의 삼일교회는 다소 기형적이라 할 만큼 청년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역자는 “그러나 교인들의 나이가 많고 적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교회가 얼마나 젊은 영성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라며 “나이가 들었어도 청년들의 열정과 비전을 가진 교인들이 많다면 누구나 그 교회를 청년들의 교회라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또 다른 청년 사역자는 삼일교회 청년 숫자의 절대적 감소를 삼일교회 미래와 한국교회 전체로 성급하게 연결짓는 것에 대해 경계하기도 했다. 그는 “비록 삼일교회 청년들의 숫자가 줄었지만 이는 전임 목사 사건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결과”라며 “이를 가지고 삼일교회 미래를 단정하는 것은 물론, 한국교회 전체 청년들의 숫자가 줄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역시 금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