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호 목사(왼쪽)와 제이김 집사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하나님의 은혜로 제 딸이 살기로 마음먹게 됐고, 안락사는 이제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후 병원 측이 사실상 퇴원을 하지 못하게 하면서 또다른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입니다.”
뉴욕 순복음안디옥교회 이만호 담임목사의 딸 이성은 씨에 대한 존엄사(소극적 안락사) 논란이 환자의 의사결정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과 병원측의 가족대표 권한 인정으로 종결됐다. 그러나 현재 병원측은 불합리한 방법을 동원해 이씨의 퇴원을 견제하면서 상황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이만호 목사는 16일 오후 순복음안디옥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딸이 속히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교계가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목사는 “기자회견을 꼭 해야겠다고 한 것은 컨디션이 좋아졌던 성은이가 시간이 갈수록 병원의 횡포로 점차 힘들어지고 있고, 답답해 하면서 더 심한 중독 증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불합리한 상황을 도저히 두고 보기 힘들어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발언에 앞서 “먼저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9월 23일 저희 딸이 지금 있는 병실에서 죽었을 수도 있고, 계획된 시간인 10월 1일 안락사가 집행될 위험도 있었지만 생명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다시금 느꼈다”고 했다.
이만호 목사는 이어 “딸은 현재 말씀과 기도로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가족들과 많은 의논을 하고 있다”며 “아버지이자 목사로서, 반드시 하나님이 기적을 행하시리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하루를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그동안 이씨의 병원 업무와 법정 투쟁 등을 도운 제이김 집사(뉴저지소망교회)도 참석했다. 김 집사는 현재 이씨가 입원한 노스쇼어 병원이 퇴원 방해 등 여러 불합리한 처사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면서, 당장 이씨를 치료가 가능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집사는 “미국 언론은 이번 논란을 존엄사와 안락사로만 초점을 맞췄는데, 저희가 처음부터 말하려 했던 것은 병원이 얼마나 불합리하게 우리 가족들을 대했는지에 대한 것”이라며 “감춰지고 안 보이는 부분이 많아 기자회견을 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집사가 밝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뉴욕 요양원 23곳이 노스쇼어 병원과 이야기 후 이씨를 받지 않고 있는 점이다. 받아줄 요양원이 나와야 퇴원이 가능하지만, 처음 호의적이었던 요양원들이 모두 등을 돌린 상황이다. 그는 “병원측은 계속되는 필요 이상의 투약으로 환자를 약물 중독으로 몰고 있다”며 “지난 병원은 0.5ml의 수면제를 한번에 처방했지만 노스쇼어는 한번에 1.00ml, 그리고 며칠 후 2ml로 늘리더니 나중에는 6ml 가까이 처방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밖에 이 목사 가족들이 지적한 병원측 문제는 △환자 부모와 가족에 대한 권한이 인정됨에도 제대로 된 행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던 점 △중환자실에서 치료 목적이 아닌 현재의 고통완화병동으로 이송할 때 전혀 설명이 없었던 점 △말기 환자 판명 이후 치료 대신 고통 완화를 위한 수면제와 모르핀 등만 투약 △소수민족에 대한 통역 부재 △계속된 의사와 소셜 워커, 간호원의 약속 불이행으로 환자를 심각한 위기로 몰고 간 것 등이다.
특히 약물투약과 관련해서는 “하루 2-3시간마다 한번씩 2-3가지 약을 병행 투여하고 있다”며 “거의 모든 약이 뇌종양 치료와 별개인 수면제와 마약 성분의 진통제로, 환자는 약물에 중독돼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만호 목사도 “이틀 전 너무 많은 약을 투여해 아이가 위급한 상황까지 갔었다”며 “지금도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 목사는 “어제는 주치의가 과도한 약물투여로 힘없이 자고 있는 아이의 눈꺼풀을 뒤집어보더니 가망 없다는 표정을 짓고, 성은이가 못 깨어날 것이니 장례를 준비하라고도 했지만, 성은이는 그날 양호해졌다”며 “퇴원을 막고 과도한 약물만 투여해 더 심각한 상황을 만드는 병원측의 행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