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유력 장외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이 6일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의 대선 불출마 종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치권 내에서 불법사찰 논란이 다시 일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측 금태섭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협박 내용'을 공개하며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 뒷조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에 전달되고 있지 않은가 싶다"며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일부 언론의 안 원장 검증 관련 보도를 언급하며 "보이지 않은 거대 권력이 현 상황을 지휘하고 있지 않은지 강한 의문이 있다"라며 "근거없는 유언비어의 근원지와 조직적 유포에 대한 제보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이번 사건을 `총체적 국기문란 사태'로 규정, 이를 계기로 불법사찰 문제를 대대적으로 정치 쟁점화할 태세다. 자체 진상조사특위 구성은 물론이고 여차하면 국정조사 카드도 꺼내들 분위기다.
앞서 민주당 소속의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지난 27일 "대검 범정기획관실이 본인을 포함한 법사위원들의 동선을 뒷조사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면서 또한차례 불법 정치사찰 의혹이 불거진 상태였다.
민주당으로선 자당 인사들과 안 원장을 불법사찰의 피해자라는 공동범주로 묶어 대선 국면에서 여권과의 전선을 선명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는 불법 사찰 문제를 유신정권 시절의 `어두운 그림자'와 오버랩시킴으로써 그 과녁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 겨누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와 박 후보간 `암묵적 공조' 의혹을 은근히 제기하며 궁극적으로는 박 후보에게 타격을 입히려는 계산도 엿보인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 등을 통해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 후보의 청와대 회동을 언급하며 "안 원장과 민주당은 공동의 피해자"라며 "이번 사건은 이 대통령과 박 후보와의 단독 회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계기"라고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면서 "박 후보측이 이명박 정권이 수집한 불법사찰 정보를 받아 덕을 보려는 구도 아닌가"라며 "박 후보는 청와대 밀담에서 안 원장 뒷조사에 대한 어떤 정보를 넘겨받았는지 밝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가 탄력을 받게 될지도 주목된다.
여야는 민간인 사찰 국조 실시에 합의했지만 국조 범위를 놓고 접점 찾기에 난항을 겪어 왔다. 이날 사건의 여파로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간 대리전 양상이 전개되기도 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사찰의 망령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라며 "경찰청이나 기관이 조직적으로 이런 사찰을 했고 새누리당 누군가에 의해 기획 유포됐다면 중대한 사찰 아니냐"며 따졌다.
반면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남의 사생활 염탐은 절대 벌여서는 안될 일"이라면서도 "정 공보위원, 금 변호사는 저도 아는 사람으로, 친구끼리 얘기하다 7분이 흐를 수도 있는데, 정보기관이 자료를 줬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라며 "기관이 사찰해 자료를 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정상적 사고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불법사찰 의혹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