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애플에 '역사적 승리'를 안긴 배심원단의 대표 벨빈 호건(67)이 점점 논란의 중심으로 향하고 있다. 특허를 보유했고 특허 소송을 직접 경험한 것은 물론, 보유 특허 중 하나가 애플의 '아이팟'에 적용됐을지도 모른다는 주장마저 제기된 때문이다. 논란은 과연 그가 배심원단 대표 자격을 가졌는지 여부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주리대 법학전문대학원 데니스 크라우치 교수는 29일(현지시간) 미국 특허법 전문 블로그 '페이턴틀리 오'에 기고한 글에서 "호건이 미국 특허제도를 아는 사람이라는 점은 선행기술(prior art)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특허를 인정하거나, 반대로 꼼꼼한 검토 때문에 많은 유사품들의 특허 침해가 인정되지 않아 왔음을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크라우치 교수는 특허법 전문가 9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이나 고객 보유 특허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일수록 특허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유자 편향'이 나타났다며 호건 역시 그런 편향을 가진 사람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건의 특허가 애플의 '아이팟'에 쓰였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용 응용프로그램(앱) 품평 사이트 '안드로이드 피트'에서 활동하는 블로거 스티븐 블럼은 지난 27일 호건의 특허 출원 시점이 '아이팟'에 영상 재생 기능이 도입되기 3년 전인 2002년이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가 지적한 호건의 특허는 '영상정보를 기록하기 위한 방법과 수단'으로, 재생중인 영상 정보를 메모리카드 같은 기기 내부의 이동식 저장장치에 저장하기 위한 기술적 방법도 이에 포함된다.


그는 호건의 특허가 실제로 애플이나 삼성의 제품에 사용됐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호건이 그런 특허를 갖고 있는 점만으로도 잠재적인 '이해 상충'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호건의 이 특허는 크라우치 교수의 글에서도 거론됐다.


이런 지적에 대해 호건은 자신이 가진 특허 때문에 "애플이나 삼성과 접촉한 적이 없었다"며 특허 보유자라는 점이 평결 내용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호건은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편향된 시각을 갖고 배심에 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번 일과 관련해 동전 한 푼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데일리메일은 호건이 삼성에 특허를 매각하려다가 거부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으나, 호건은 이 내용 또한 부인했다.


하지만 호건은 자신이 특허 보유자라는 점 때문에 "배심원단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애플과 삼성) 양측 변호인들 모두 적어도 한 번 이상 나를 주목했다"고 말해 배심원단 운영 제도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