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광복절인 지난 15일 서울에 폭우가 쏟아지자 강남역 주변은 어김없이 또 침수됐다.
시간당 60㎜ 정도의 폭우에 삼성전자 본관 앞 등 강남역 주변 저지대의 맨홀 뚜껑은 물이 가득 찬 우수관의 수압에 견디지 못하고 위로 튕겨 나왔다. 휴일을 맞아 이 일대에 나왔던 시민들은 무릎까지 물에 잠긴 채 힘들게 걸음을 옮겨야 했다.
서초구(구청장 진익철)는 16일 다소 많은 비가 올 때마다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기는 것은 이 지역의 해발고도가 인근 지역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남역 일대는 가까운 논현동이나 역삼동보다 고도가 17m 이상 낮고 반포동 고속터미널 일대도 인근 지역보다 16m 이상 낮다. 그 결과 집중호우가 올 때면 고지대의 빗물이 강남역으로 밀려와 침수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빗물은 강남역에서 이수교차로 쪽으로 이어진 반포천으로 흘러 한강으로 나가게 돼 있다. 그러나 시간당 100㎜의 비가 오면 초당 257t의 빗물이 유입되지만 반포천 암거의 통수능력이 초당 210t밖에 되지 않아 근본적으로 초당 47t, 시간당 17만여t의 빗물이 역류하게 된다는 게 서초구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강남역 인근 신분당선 공사현장이 깊은 웅덩이처럼 저류조 역할을 톡톡히 해 7만t의 빗물을 흡수했지만 그해 12월 신분당선이 완공됨에 따라 이제는 그 역할을 할 빗물유입 대체재가 아예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 구의 설명이다.
사당역이나 신도림역 인근 지역이 매년 침수되는 것도 지대가 낮기 때문이다.
강남 지역의 강우량 자체가 여타 지역보다 많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번 비가 강남ㆍ서초ㆍ관악 지역에 집중되면서 한강 이남에 가뜩이나 많은 비가 내렸는데 지대마저 낮다 보니 물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강남 자동기상관측장비(AWS)의 12시간 강우량은 약 131mm로 서울 지역 중 최고 수준이었다.
강북 지역의 경우 산이 많아 나무가 품어주는 물이 많고 경사가 커 빗물을 빨리 빼내는 데 비해 강남은 녹지가 적고 경사도가 낮아 치수가 더욱 어렵다는 분석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따라서 녹지 비율을 늘려 빗물을 품어주는 기능을 늘리고 예비비 등을 투입해 수해 예방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구는 강남역 일대의 침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대심도 터널' 건설뿐이라고 주장했다. 구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강남역 주변이 매번 침수돼 피해가 크다"며 "강남역부터 한강으로 직송하는 대심도 지하저류터널을 신설하거나 경부고속도로 녹지대 측으로 터널을 만드는 방안이 고민돼야만 근본적으로 침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