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성관계 전에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파트너에게 알리지 않는 에이즈 불고지(不告知) 죄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중대 범죄로 여겨져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2010년 유럽에선 독일 출신의 여성 팝스타인 나디아 베나이사가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고 남성들과 콘돔 없이 성관계를 가졌다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09년 트랜스젠더를 상대로 같은 죄를 저지른 40대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발달된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대부분의 주가 에이즈 불고지죄를 엄히 다스리고 있지만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주도 적지 않다. 에이즈 고지 문제를 대하는 미국 법의 특수성을 여과없이 드러낸 사건이 최근 애틀랜타에서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애틀랜타저널(AJC)에 따르면 콥 카운티 경찰은 남자 애인에게 에이즈 유발 바이러스인 HIV 양성 판정 사실을 알리지 않고 성관계를 맺은 40대 여성 안젤라 런던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지난해 10월 런던과 사랑에 빠진 피해자는 지난달 말 우연히 런던의 소지품에서 에이즈 유발 억제제인 지도부딘(AZT)을 발견하고 기겁을 했다. 피해자는 에이즈 감염자임을 실토한 그녀를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옛 애인은 이미 애틀랜타를 벗어난 뒤였다.


문제는 경찰이 체포영장을 갖고도 런던을 잡을 수 없다는 것. 런던이 에이즈 불고지를 처벌하지 않는 텍사스주 댈러스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석금만 10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해당 범죄를 엄하게 처벌하는 조지아주와 달리 텍사스주에서는 에이즈 감염 사실을 성관계 전 파트너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


콥 카운티 경찰은 런던이 다시 애틀랜타에 오면 체포한다는 계획이지만, 런던이 그럴 의사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인구 3억명의 미국에선 120만명이 HIV 보균자이며, 이들 가운데 20%가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