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법적으로 판매가 금지된 물건의 시장 가치는 어떻게 매겨겨야 할까. 미술품 전문가들이 공정시장 가격을 `0달러'로 평가한 작품에 대해 미국 국세청(IRS)이 3천만 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물리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22일 전한 사연은 이렇다. 니나 선델과 안토니오 호멘은 뉴욕에서 화랑을 운영한 모친 일레나 소나벤드(2007년 작고)로부터 포스터 모더니즘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캐년'(Canyon)이란 조각 예술품을 물려받았다.
팝아트의 거장 로버트 라우센버그가 1959년에 완성한 `캐년'에는 연방법으로 유통과 판매가 엄격하게 금지된 흰머리수리 박제가 포함돼 있어 상속인들이 시장에 내놓을 경우 중죄로 처벌받게 된다.
크리스티 경매를 포함해 상속인 측의 의뢰를 받은 평가업체가 이 작품의 시장가격을 0달러로 매긴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IRS가 캐년의 가격을 6천500만달러로 평가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IRS는 벌과금 1천770만달러를 포함해 총 2천920만달러의 세금과 부과했고 이에 상속인들은 과세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벌과금이 따로 붙은 것은 캐년의 가격을 축소 신고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실 미국에서 유명 예술품의 상속인들이 엄청난 상속세를 내게 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소나벤드의 자식들도 모친에게 물려받은 총 10억달러 규모의 미술품 컬렉션에 대해 4억7천100만달러의 상속세를 부과받았고 이를 납부하려고 6억달러 어치의 작품들을 팔아치웠다. 예술품에 대한 과세는 비쌀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 방식이 적용된다.
그러나 캐년의 경우 합법적인 판매가 불가능한 만큼 그 시장가치를 매기는 것 또한 부적절하다는 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 같은 방식이라면 시장가를 기준으로 해온 기존의 예술품 가격 산정 관행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측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패티 스펜서 변호사는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물건에 대해 어떻게 이런 식으로 가격을 매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NYT는 상속인과 IRS 측의 변호인들이 8월부터 열리는 재판에서 이 작품의 가격 책정과 과세 방식이 적절한지를 놓고 본격적인 법리논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