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오래 전부터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존해 왔으며, 현재도 1천1백만의 무슬림들과 3백만의 기독교인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리아의 전 박물관을 총괄하는 아흐마드 세리 박사(다마스커스 국립박물관장)는 시리아에서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은 “우리 모두가 마치 하늘과 땅을 공유하는 것처럼 공존해 온 역사였다”고 밝히고 수니파 무슬림으로서 바라보는 기독교와 이슬람에 대해 소개했다.

최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투아이즈네트워크(회장 전호진 박사) 세미나에서 그는 “4세기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하고 6세기 무하마드에 의해 이슬람이 등장한 후 시리아에는 기독교 문명, 이슬람 문명, 아랍 문명이 상호관계 속에서 공존해 왔다”며 “코란의 언어이기도 한 아랍어로 성경이 번역되는가 하면, 무려 10명의 교황을 배출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교황의 무덤이 모스크 안에 있는 사례도 소개했다.

지금의 시리아는 이슬람 세력이 강한 비종교 국가(1973년 전까지는 국교가 이슬람교)이지만 과거 사도 바울의 활동 무대였으며, 한때 기독교가 크게 번성하기도 했다. 따라서 시리아에는 성경의 역사와 직접 관련된 교회 유적지와 유물이 풍부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온 134개의 고고학 연구팀이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시리아 정부에서도 내년 3월까지 주요 기독교 유적지들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려고 1천만 유로(약 126억 원)를 투자했다. 현재 비잔틴시대의 주요 건물과 교회 복원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세리 박사는 “평화를 사랑하는 진정한 무슬림들은 과격하고 급진적이며 모든 종교가 공존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급진주의자들을 무슬림이라 생각지 않는다”라며 “이들은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에 타격을 입히는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시리아에서는 기독교인에 대한 인식이 좋으며 차별 사례도 적다고 설명했다. 2천여 명의 국회의원 중 2백여 명, 20여 명의 장관 중 5명이 기독교인이다 보니 기독교인이 요직을 차지한다며 시기하는 무슬림들도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52개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이들도 절반은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인구의 19%인 기독교인들은 힘을 결속하며 사회에서 받는 차별을 최소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기독교 선교사들이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표했다. “시리아 교회의 전도 행위는 얼마든지 받아들여지며, 최근 24개 교회가 함께 신학강의를 갖고 전도 열의를 다지기도 했다”며 “2백여 개 시리아 교회들과 기독교인들이 이미 자유롭게 활동하는데, 외부에서 선교사들이 들어와 선교 사역을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전호진 박사는 이날 자유롭게 선교할 수 있는 시리아 기독교인들과 달리 활동에 제약을 받는 외국인 선교사들은 교회 내에서 현지인 성도들을 굳건히 세우며, 이들로 하여금 자국인을 선교하도록 돕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흐마드 세리 박사는 다마스커스 대학에서 역사학과와 대학원에서 고고학을 전공했으며 폴란드 바르샤바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다. 시리아에서 가장 권위있는 고고학 전문가로 손꼽히는 그는 시리아 고고학 연구에 참여하고 국제 학술회의 및 서구 대학 등에서 강의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시리아 문화청장으로 국내 고고학 연구팀의 안내 및 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