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방자치단체에 연쇄 파산 공포가 번지고 있다. 11일 인구 21만명의 중급 도시 샌버나디노 시가 파산 보호 신청을 내기로 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샌버나디노 시는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불과 70㎞ 가량 떨어져 있어 한인 거주자도 적지 않다.
샌버나디노 카운티 청사 소재지인 샌버나디노 시는 예산이 떨어져 앞으로 3개월 동안 각종 비용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10일 긴급 시의회에서 파산 보호 신청을 의결했다. 법원이 파산 보호 신청을 받아 들이면 샌버나디노 시는 각종 채무 이행을 유예받아 회생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시 집행부는 직원 급료를 1천만 달러 줄이고 4년 동안 직원도 20%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팻 모리스 시장은 "시 살림과 미래에 대한 어려운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도시가 파산한 것은 최근 한달 사이에 세번째이다. 지난달 27일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인구 30만명의 스탁턴 시가 파산보호신청을 냈고 지난 4일 인구 7천700여명의 소도시 매머드 레이크 시가 역시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샌버나디노 시가 이 지경에 이른 이유도 앞서 파산한 스탁턴 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 후퇴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개인 파산이 급증하면서 세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샌버나디노 시 실업률은 15.7%로 전국 평균보다 크게 높다. 은행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압류된 주택도 5천채에 이른다.
시 살림을 책임지는 행정관 직무 대행 안드레아 밀러는 "4천600만 달러의 예산이 부족하며 당장 쓸 돈이 없는 상황"이라며 "치안과 소방 등 최소한의 행정 서비스 제공도 어렵다"고 시의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세수 감소 뿐 아니라 허술한 시 재정 운용도 파산을 불러온 원인으로 지목됐다. 시 법무실장 제임스 펜먼은 예산 담당 부서가 지난 16년 동안 13년이나 부실 회계 보고를 한 사실이드러났다고 밝혀 시의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펜먼 법무실장은 "지난 16년간 시의원들은 정확안 시 재정 상태를 알 수 없었다"고 말했고 모리스 시장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주민들은 시 당국이 긴요하지 않은 사업에 재정을 마구 퍼붓다가 이런 파국을 맞았다고 비난하면서 치안, 소방, 도서관 등 필수 공공 서비스를 지속시키라고 요구했다.
지난 60년 동안 미국에서는 무려 500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파산보호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