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뉴스) 미국에서 남녀 분리 수업을 실시하는 공립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남녀 분리수업이 학업 성취도 향상에 유리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인권단체 등은 이러한 교육 방식은 아이들에게 성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만 심어줄 뿐이라며 반대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에서 남녀 분리수업은 지난 2006년 미국 교육부가 공립학교에 적용해오던 `남녀 분리수업 금지' 규제를 완화하면서 확산됐다. 남학생들의 졸업률과 시험 성적이 여학생들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이에 많은 학교가 남녀 분리수업에 주목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2002년 10여개 학교에 불과했던 남녀 분리학급 운영 학교는 현재 전국적으로 5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경우 100여개 학교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이 따로 받는 수업이 실시되고 있다.
남녀 분리수업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성별 맞춤형 교육을 가능하게 하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공부하면서 초래되는 집중력 분산을 줄여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다호의 미들턴 하이츠 초등학교의 경우도 남녀 분리 교육의 이점을 밝힌 연구 결과를 근거로 남녀 분리수업을 채택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남녀 분리교육의 이점이 증명된 바 없으며, 오히려 성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을 키우고 아이들로부터 평등한 교육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심리학회의 전 회장인 다이앤 F. 핼펀은 사이언스지에 실은 연구 보고서에서 남녀 분리교육의 효용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지난 5월부터 전국적인 남녀 분리교육 중단 운동에 나서는 등 관련 학교들을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 단체는 남녀 분리수업이 미국 헌법은 물론 교육 프로그램에서 성차별을 금지한 연방법 `타이틀 나인(Title Ⅸ)'과도 충돌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확대되면서 미주리에서부터 루이지애나에 이르기까지 여러 학교에서 남녀 분리 수업을 중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