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6월 28일은 미국 대법원이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에 대해 위헌 여부를 판시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됐던 대법원 발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지만 미국인이 가장 많이 읽는 조간신문인 USA 투데이의 1면에는 50대 여성에 관한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앵커 중 한 사람인 앤 커리(55)가 이날 NBC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인 `투데이'에서 하차, 시청자 곁을 떠난다는 기사였다. 커리가 내달 런던올림픽 이전에 NBC의 간판프로인 `투데이'의 공동진행자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이미 올봄부터 방송가에 떠돌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NBC는 1995년부터 단 한 번도 동 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는 `투데이'가 올초 경쟁 프로인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GMA)'에 4차례나 선두를 내주자 그 책임을 커리에게 물었다.
백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오리건대 언론학과를 졸업한 커리는 1997년 `투데이'에서 뉴스를 전하는 리포터로 투입된 이후 지난해 6월 공동 앵커 자리를 꿰찼으나 시청률이 흔들리자 가차없이 `칼질'을 당한 것이다.
AP 통신은 29일 커리의 퇴출 배경으로 "남자 진행자인 맷 라우어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방송가의 평가를 거론했으나 USA 투데이는 커리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앵커 교체 인사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커리는 "맷과 나는 14년간 호흡을 맞추면서 `투데이'의 시청률 1등 역사를 만들어냈다"며 `궁합론'을 일축한 뒤 "윗사람들로부터 `많은 다른 요인들이 얽혀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나는 시청률 때문에 욕먹을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커리는 "투데이의 시청률은 여전히 1위"라며 "누가 (하차설을) 누설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내게 큰 상처를 줬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28일 앵커로서 작별을 고하는 방송에서도 "이 자리를 이렇게 물러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끝내 참았던 울음을 쏟아냈다.
방송 매체들은 NBC가 이런 커리를 달래기 위해 거액을 지급할 것으로 전했다. 일부 언론은 커리가 불명예 퇴진에 반발해 소송까지 고려하자 1천만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고 전했다. 커리는 지난해 `투데이'의 진행자로 기용되면서 NBC와 3년간 연봉 1천만달러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NBC는 이날 커리를 `전공'인 해외 특파원으로 활용하거나 해당 프로의 책임을 맡기는 등 계속 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