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올가을 대선에서 숙명의 대결을 벌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표심잡기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두 사람은 같은 행사에 하루 차이로 나타나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최대 현안인 불법 이민자 정책에 대한 소신을 밝히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플로리다 올랜드에서 열린 전국 라티노공직자협회 총회(NALEO)에 참석해 최근 자신이 발표한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조치는 일시방편에 불과했다면서 현재 공화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드림법안'과 포괄이민 개혁을 위한 투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드림법안은 이미 오래전에 처리됐어야 했다"며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가로막아 멈춰져 있으나 지금이라도 다시 도모해 하루속히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민개혁이 진척을 이루지 못한 원인을 공화당, 즉 경쟁자인 롬니 진영으로 돌리며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의 문은 3년 반이나 열려 있다"고 강조한 뒤 "연방의회에서 누구라도 드림법안을 추진하려 한다면 기꺼이 협력할 것이며 의회가 승인해 보내오면 즉각 서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루 전날 같은 장소에 나타난 롬니 전 주지사도 이전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며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에 다가섰다.
그는 "이민개혁 문제는 단순히 도덕적으로 긴박한 것만이 아니라 경제적 필요성도 있는 문제"라면서 "공동의 해법을 찾을 수 있으며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불법이민 해법 마련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롬니는 특히 영주권자 직계가족 초청시 적용되던 쿼터제한선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 공약이 실천되면 영주권자 직계가족의 비자발급 쿼터가 없어지며, 이 경우 7월 현재 평균 2년6개월을 기다려야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대기시간이 달라진다.
롬니는 "불필요한 시스템으로 가족들이 떨어져 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학과 수학 등 전문분야를 전공한 외국인 고학력자에게 영주권 발급을 허용하고 취업이민 쿼터를 확대하며, 비전문직 노동자용 임시 취업비자 쿼터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날 롬니가 밝힌 내용은 그동안 그가 견지해온 입장에 비해 크게 부드러워진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느껴진다.
지난달 실시된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의 공동조사 결과 히스패닉 유권자의 61%가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는 반면 롬니 지지자는 27%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롬니에게 크게 불리한 것이지만 지난 2008년 대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로부터 67%의 득표를 얻은 오바마 대통령도 그때에 비해 6%포인트 낮아진 것이어서 양자 모두 히스패닉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미 언론은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