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아시아계가 미국행 이민자 순위에서 히스패닉계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계 미국인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9일 공개한 통계자료를 보면 미국에 이민 온 외국인들은 2010년 기준 아시아계가 43만명(36%)으로 37만명(31%)에 그친 히스패닉계를 앞질렀다.
특히 지난 2000년은 히스패닉계가 전체 이민자의 59%였고, 아시아계가 19%였던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계 이민자들 수가 급증세를 보인 셈이다. 퓨리서치는 2009년께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기 부진과 불균등 회복이 어떻게 사느냐 뿐 아니라 누가 사느냐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히스패닉보다 일자리 부족, 불법 체류자 추방 증가, 멕시코의 출생률 저하 등으로 말미암아 미국을 떠나는 히스패닉이 더 많을 것으로 퓨리서치 센터 연구원들은 내다봤다.
미국에 이민 온 아시아계들 중 80%가 중국, 인도, 일본, 한국, 필리핀, 베트남이 차지하고 있고 불법 이민자 비율은 아시아계가 11%, 히스패닉계가 75%를 각각 차지했다.
연구원들은 "아시아인들의 이민 물결은 지난 반세기 동안 꾸준히 증가해 2011년 1천820만명으로 늘어 미국 인구의 5.8%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인 구성은 백인 1억9천800만명, 히스패닉 5천200만명, 흑인 3천800만명이다.
특히 미국에서 생활하는 아시아계는 대학 학위를 갖고 고액 연봉 생활자이며, 미국 전체 인구보다 높은 부를 축적한 교육수준이 높은 집단이라고 퓨리서치는 설명했다.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2010년 인종별 연평균 가계 자산은 백인 11만2천달러, 아시아인 8만3천500달러, 히스패닉 7천800달러, 흑인 5천730달러로 조사됐다.
퓨리서치는 히스패닉계 성인 이민자의 16%, 미국 성인의 28%가 대졸 이상 학위를 가진 반면 아시아인은 학위 과정을 밟으러 오거나 학위를 갖고 이민을 오기 때문에 미국 이민 역사상 가장 고급 교육을 받은 인종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인의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는 인도가 70%로 압도적으로 높고 한국 54%, 중국 52%, 필리핀 48%, 일본 46%, 베트남 36%가량이다.
아시아계 미국인 가운데 다른 민족과 결혼한 사람의 비율은 일본 55%, 필리핀 48%, 한국 32%, 중국 26%, 베트남 18%, 인도 12% 등으로 집계됐고 히스패닉은 26%, 흑인은 17%, 백인은 9%였다.
그럼에도, 2050년이면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의 증가로, 전통적인 백인이 소수민족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퓨리서치는 전망했다.
이번 통계자료 공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5일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30세 이하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추방조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 11월 대선을 앞두고 불법이민자 정책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조치는 최근 실업률 증가, 유럽 경제위기 등 잇단 악재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히스패닉 표심을 겨냥한 선거전략의 하나로 풀이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로 80만명의 젊은 히스패닉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로 분류되는 플로리다, 네바다, 콜로라도, 뉴 멕시코, 버지니아 등은 히스패닉 계열 인구 비중이 높아 오바마에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아시아계 미국인들 중 절반가량이 친(親) 민주당 성향을 보였고, 친 공화당 성향은 28%에 불과했다. 일반 미국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친 민주당이 49%, 친 공화당이 39%를 각각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