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2년 전 미국 애틀랜타 흑인사회에 충격을 줬던 한인 슈퍼마켓 업주 살해범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항소법원은 11일(현지시간) 2010년 7월 애틀랜타 도심의 한 슈퍼마켓에 들어가 업주인 한인 성백창(당시 62세)씨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금품을 갖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된 오데릭 분(28)에게 무기징역과 추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분은 최후 진술에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짓을 했다. 어떤 것도 내가 한 짓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사죄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유족에게 용서를 비는 사과문을 읽었다. 피고 측 변호인도 분이 마약인 엑스터시 복용으로 인해 환각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법의학자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피고가 자신이 한 행동을 갚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장인 제리 백스터 판사는 "피해자 가족이 용서할 뜻이 없다"고 전제한 뒤 "특히 피고가 범행 후에 다시 마켓에 들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발로 밟은 행동은 도저히 용서받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종신형을 선고했다.
숨진 성씨는 7년간 흑인 밀집지역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면서 흑인 고객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선행을 베풀어 주민들 사이에서 `파파(아빠)'로 불릴 정도로 존경을 받았다. 그가 강도의 칼에 목숨을 잃은 사실이 알려지자 흑인 주민 70여명이 슈퍼마켓 앞에 모여 촛불을 들고 추모식을 열기도 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는 성씨의 장남인 제임스씨가 가족 대표로 참석했다. 성씨의 차남인 대니얼(한국명 성철제)군은 강도에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지난해 하버드와 프린스턴 등 8개 명문대학에 합격해 지역 사회에 화제가 됐다.
대니얼 군은 "아들이 하버드 가는 게 꿈"이라고 했던 생전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하버드대에 진학해 정치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