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 사무실들이 소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벽이나 칸막이가 없는 개방형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동료의 대화 소리, 전화 통화 소리,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등의 소음이 업무의 집중력과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불평과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사무실 내의 소음을 줄이기 위한 사운드 마스킹(Sound Masking)이 흔하게 사용하는 용어가 됐다면서 회사들의 사무실 소음 방지 노력을 소개했다. 사운드 마스킹은 일정한 주파수 대역에서 일정한 음압을 지닌 사운드를 발생시켜 실내외의 소음을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미국에서는 칸막이를 두면 직장인들의 사생활은 보장되지만, 의사소통이 어렵고 사무실을 만드는 비용도 늘어난다는 이유로 칸막이를 없앤 사무실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칸막이를 없애도 중요한 대화는 화장실 등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이뤄지고 오히려 소음만 늘어 업무를 방해한다는 지적들이 회사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창고형 사무실에서 일하는 조너던 맥클리랜드는 "개방형 사무실에서는 많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지만, 의미 있는 대화는 아니다"면서 "다른 사람들의 대화가 업무에 방해가 될 때가 많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의 버클리대학이 북미와 유럽, 호주 등의 회사원 6만 5천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사무실 내 소음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토데스크는 3년 전 벽이나 칸막이가 적은 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사무실 소음의 영향을 알아보려고 비밀 실험을 했다가 엄청난 불평을 들었다.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환풍기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소음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 회사의 시설 담당 간부인 찰스 레흐트슈타이너는 "상당수 직원이 원인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얘기를 했고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등의 불만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NYT는 이처럼 사무실 소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사무실 설계업체들은 방음 소재의 칸막이를 사용하거나 개방형 사무실에 대화나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별도의 작은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식탁 등이 있는 부스를 만드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회사에 부스형 대화 공간이 있는 베리에 베르그는 "부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면서 "개방형 사무실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고 사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