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문장로교회 영어권 존 차 교육목사. 그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담임 목회의 자리에 있다가 비전 제시에 능력이 탁월한 이대한 목사(당시 교육목사)를 세워주고 현재는 교육 목회의 자리에서 섬기고 있다. 그는 "내 달란트는 교육이라는 걸 발견했고, 담임 목회를 넘겨준 후 전체 교회의 목회에도 상승효과가 일어났다"고 말했다.ⓒ권나라 기자 | |
‘한어권에서 보는 교회와 영어권에서 보는 상호의존 교회의 모습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져 지난 1998년부터 10년 간 영어권 담임목회를 맡았던 존 차 목사(John Cha)를 찾았다.
열린문교회 영어권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2008년 차 목사가 감행한 과감한 리더십 교체다. 차 목사는 2008년 교육 목사이던 이대한 목사에게 담임 목회의 자리를 물려주고 현재는 예전 이대한 목사의 자리였던 교육 목사로 소그룹 리더를 섬기며 담임 목회를 보조하고 있다.
그를 만나 1세대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리더십 교체의 배경과 이후, 1세와의 원만한 관계의 비결 그리고 현재 열린문교회 영어권 사역의 방향을 들어봤다.
“과감한” 리더십 교체… 더 큰 비전을 위한 내려놓음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담임 목사로 있다가 교육 목사이던 이대한 목사님께 자리를 물려주고 역할을 교체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30대 중반이던 2006년부터 내 자신에 대해 더 이해하고, 들여다 보는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과하면서, 내 달란트는 가르치는 것(교육)이란 것을 발견했다.
당시 크게 세가지를 생각했다. 첫째는 교회를 위해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인지 둘째 같이 일하는 교회 스탭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였다. 캐나다에 있는 퓨 카슨(Pue Carson) 목사님이 나에겐 멘토인데, 그 분이 “스위치(Switch)”라는 책을 통해 리더십 교체를 제안한 걸 읽은 적이 있다.
담임 목사는 전체 교인이 같은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자리이며, 어느 한 명이 비전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그를 설득하는 일까지 넓은 사역의 영역을 감당해야 한다. 10년 간 담임 목회자의 자리에 있으면서, 내 달란트 너머에 있는 일을 무리하게 감당해서 오는 탈진 같은 것을 느끼던 시점이었다.
우선 순위였던 ‘교회에게 가장 좋은 것’을 구했고, 그 결과 비전 제시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이미 5~6년 간 함께 일해 마음이 맞는, 당시 교육 목사였던 이대한 목사님을 담임 목사로 세우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담임 목사의 자리를 내려놓고 동일한 교회 교육 목사로 섬기는 것이, 한인 문화에서는 혁신적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담임 목사로 있는 10년 동안 항상 이 자리가 하나님께로부터 온 선물이며, 하나님의 부르신 곳이란 생각을 가지고 사역했다. 내가 자격이 있어서 있던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내려놓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맡고 있다가 다시 돌려준다고 한들 무엇이 아깝겠는가?
-리더십 교체 이후 교인들 혹은 한인 회중의 반응은 어땠나?
먼저는 이대한 목사님께 말씀드릴 때, 그 분이 갑자기 변화된 자리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내가 계속 이 교회에서 도와주는 사역을 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리더십 교체 당시 가장 조심했던 부분이 한인 회중과 교인들에게 이 일을 설명하는 일이었다. 갈등으로 인해 내린 결정이 아니라 더 나은 교회와 비전 제시를 위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이런 선포를 한 후 영어권이나 한어권은 우리 리더십에 대한 더욱 두터운 신뢰가 형성됐다.
-교육 목사가 된 후 이대한 목사님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면서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소그룹 티칭 및 교육 사역을 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고, 담임 목사 시절보다 여유 시간이 많아졌다. 가장 좋은 점은 이대한 목사님의 자리에 있어봤기 때문에, 그 분이 어떤 것으로 고민하고 걱정하는지 함께 동감하고 때로는 조언해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리더십 교체 이후 지난 3년 간 어떤 갈등이나 충돌없이 순조롭게 해나가고 있고 만족하고 있다. 교인들도 많이 늘어났다.
▲열린문교회 영어권 교역자 모습. 왼쪽에서 세번째가 존 차 교육 목사, 네번째가 현 담임인 이대한 목사다. | |
‘열린문교회 영어권’ 상호의존 모델, 무엇이 다른가?
-열린문교회는 한인교회 상호 의존 모델로 미주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이런 주목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한인 2세 사역자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먼저 우리는 한어 영어권의 상호의존 모델 비전을 세우고 추진한 지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사역자 간)관계 속의 신뢰가 상호의존 모델을 정착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 가능하기까지는 1세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의 큰 희생이 뒷받침돼야 했다.
특히 한어권이든 영어권이든 새로운 사역자 면접에서 꼭 “2세가 커져도 계속 1세와 함께 가는 상호의존모델의 비전에 동의하는 지”를 질문했다. 그리고 후보자의 답변과 약력을 고려하고 이에 동의하는 이들을 뽑아 세웠다.
먼저는 교회 사역자들이 모델의 본이 돼야 한다. 상호의존 모델의 비전에 동의하고, 함께 신뢰를 쌓으며 가야 한다. 신뢰를 쌓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영어권 사역자들은 1년에 정기적으로 한어권 장로님들과도 만나 교제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어권과 함께 가는 상호의존 모델의 교회에서 사역하는 데, 그동안 발견한 이 모델의 이점은 무엇인가?
특별히 상호의존 모델 안에서 내가 발견하는 축복은 연합 안에서 평안을 누리는 것(Peace and Unity)이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편 133:1)’라는 구절처럼 함께 함으로 누리는 기쁨이 많이 있다.
한 예로 한어권에서는 초등부와 유스그룹까지 맡고, 칼리지로 들어가면 그 학생들이 영어권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매년 영어 회중이 꼭 30~40명 씩(버지니아 지역으로 대학을 가는 학생들) 늘어난다. 이런 식으로 서로 힘을 합쳐 목회하는 점이 좋다.
▲올해 3월 열린문교회 교역자(한어권, 영어권) 수련회. 잦은 교제를 통해 서로 간의 돈독한 신뢰관계를 형성한다.ⓒ열린문교회 | |
이런 연합을 통해 대학에 가서도 꾸준히 교회에 출석하게 하는 좋은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는 점이 한가지 내세울 점이다.
-한인교회의 영어권으로써 느끼는 자부심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생후 8개월 때 미국으로 와서 한국말을 잘 못하지만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세 교회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새롭게 오는 교인들 중 미국 교회를 다니다가 오는 경우가 있다. 그들의 동일한 고백이 부모님은 나이가 드셔서 섬겨드려야 하고, 자녀들은 미국 교회에 다니며 한인으로 정체성 혼란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린문교회 영어권에 참석하면서, 부모님과 한 차를 타고 도착해 문 앞에서 인사한 후 헤어졌다가 예배 후 다시 돌아가는 다세대 예배 가정이 늘고 있다.
-지난 20년 간 상호의존 모델을 시도하면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이 있었을 것 같다. 갈등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이를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사역자 단계에서 모든 갈등을 풀려고 노력했다. 작은 예를 들어보면, 권사님들이 영어권 빌딩에 들어와 점심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이미 영어권 선교 컨퍼런스가 예약돼 있었던 상황이라 서로 갈등이 일었다고 치자. 이런 갈등 상황을 영어권 사역자가 보고받고 한어권 사역자에게 전달하고, 한어권 사역자들이 권사님들께 공지하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사역자를 통해 가는 방식을 취했다.
특히 맥클린 지역에서 현재 위치인 헌돈 지역에 새 예배당을 매입해 들어오는 단계에서 일부 2세들이 움직이는 것을 반대한 일이 있었다. 큰 예배당으로 옮겨서 재정적으로 한어권이 책임을 지지 못하게 되면 영어권으로 그 책임이 넘어온다는 생각으로 옮기는 것을 끝까지 꺼려하던 2세 교인 중 7가정이 떠난 일이 있었다. 이제까지 가장 큰 갈등을 꼽으라면 그것이다. 하지만 예배당을 옮긴 후 예상했던 재정적 어려움 없이 한어권과 영어권이 둘다 크게 성장했다. 영어권에서도 믿음을 가지고 전진했을 때 하나님께서 채우시는 것을 경험했다.
-열린문교회 영어권 성장에 터닝포인트가 됐던 일을 꼽는다면?
가장 큰 터닝포인트를 꼽자면 2009년 영어권 자체 빌딩을 세우고 난 후다. 그동안 한어권과 빌딩을 함께 사용하던 영어권이, 자체 빌딩이 생기면서 책임이 커졌고 이를 통해 교회에 재헌신을 하고, 다시 확신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또 타 민족 친구들을 초청했을때 한국 문화가 짙은 한어권 빌딩에서 예배 드릴 때 보다 더 쉽게 전도가 되는 부분도 있어서, 교인들도 반겼다. 지금은 대학부를 포함 장년 예배 출석인원이 650~700명 정도다.
2세,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치유’
물론 숫자적 성장이 교회 성장의 잣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어떤 요소가 열린문교회 영어권을 더욱 건강하게 자라게 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지 궁금하다.
열린문교회에서는 특히 소그룹 모임이 발달돼 있다. 알링턴, 페어팩스, 알렉산드리아, 디씨, 메릴랜드까지 다양한 지역별 소그룹 부터 여성 소그룹, 남성 소그룹 및 부부별 소그룹 등 다양하게 세분화 했다. 두번째는 설교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하나님 앞에 신실한 설교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주일 예배 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교인들의 솔직한 간증들, 힐링컨퍼런스와 화요 기도모임을 통한 치유사역(감정적 상처, 질병 등)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픈도어’라는 교회 이름처럼 어떤 신분이나 어떤 과거를 가졌건 환영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들도 교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랜 기간동안 사역하면서, 2세들이 영어권 사역을 통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느꼈는지?
먼저는 소속감을 찾고 싶어한다. 이것은 한국인이건 미국인이건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런 이들에게 가족 같은 친밀감을 제공해 주는 것이 2세 사역에서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한다. 또 상처받고 살아가는 타락한 세상에서 어떻게 신앙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상처를 받는데, 신앙 성장에 있어 이 상처가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
이들을 이끌고, 초대해서 성령에 의지해 기도해 주는 사역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고난과 역경의 자리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그 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마 소속감과 치유 사역이 2세 사역에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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