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버지나아텍에서 일어난 참혹한 사건 때문에 아마도 지난 한 주간은 많이 힘든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그 사건의 범인이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더욱 힘들게 합니다. 그리고 그가 사는 집이 우리 지역, 버지니아의 센터빌이라는 사실이 그 정도를 더욱 심하게 합니다. 저도 지난 월요일부터 시카고에서 개최된 한인연합감리교회 전국대회에 참석하는 중에 이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참담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며칠을 지내고 있습니다.

많은 방송국들이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이 사건의 진행과정을 하루 종일 생중계할 정도로 이번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고,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모임과 촛불기도회 등이 매일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 캠퍼스 내에서 일어난 역사상 가장 참혹한 사건이 주는 파장이 얼마나 크고 충격적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미국 내 한인 사회가 주관하는 추모모임과 기도회도 미전역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번 사건을 추모하는 여러 가지 행사와 모임들이 실시되고 있다는 보도를 듣고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 중에서 미국 내의 한인 사회와 교계, 그리고 멀리 한국에서 이번처럼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한인 사회와 교계의 반응은 몇년전에 일어난 911 테러 폭파 사건 때보다도 오히려 더 민감하고 더 즉각적이지 않나 싶을 만큼 우리 한인 사회와 교계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물론 이렇게 어려움을 당한 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피해를 당한 이들을 추모하고 위로하는 모임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 대해 우리의 반응을 이웃사랑이나 평화를 위한 바램 또는 사건의 심각성이나 참혹함에 있다고만 보지 않는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과거 이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보여준 한인 사회의 반응이 그렇게 민감하지도 즉각적이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몇해전 콜로라도주 컬럼바인고등학교 총기사건때를 기억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고 해서 언제나 그런 반응을 보여야만 한다는 논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한인 사회와 교계가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 것은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수사당국의 발표가 있은 직후부터입니다. 처음 범인이 아시안이라는 사실에 조금 주춤하다가 중간에 범인이 중국인이라는 루머가 나돌면서 안도의 숨을 돌린다는 보도가 이어지더니만,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부터 한인 사회와 교계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민감하게 변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번 사건에 대한 한인들의 즉각적이고 연속적인 관심은 바로 이번 사건의 범인이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을 드리지만 고통을 당한 이웃을 위한 기도회나 추모 모임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 한인들이 이번 사건에 이렇게 민감하게 그리고 즉각적으로 보이는 반응이 자칫하면 이웃의 아픔에 동참하는 행동이라기보다는 이번 사건에 한국인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범인이 한국이라는 것은 같은 민족으로서 우리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 사회의 반응은 이번 사건이 한국인이 미국인을 살해한 사건이 아니라 한 개인이 저지른 사건이라고 보는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에게 사건의 원인과 의도를 오히려 잘못 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한국인은 자기와 연관된 것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 민족이라는 평이 이번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을 얻을까 하는 우려도 생깁니다. 어떤 이는 이번 사건에 대한 한인 사회의 반응을 보면서 이와 같은 지나친 반응은 마치 범인은 한국인이지만 우리는 그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자기 방어적 행동으로 보일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이 한국인이 미국사회를 향해 총을 쏜 사건이 아니기에 지나친 행사나 모임들은 오히려 오해를 낳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이번 사건에 대한 어떤 행동을 취하기보다는 이번 사건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버지니아텍에 재학하는 한국 기독학생회 모임에서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왜 많은 학교중에서 버지니아텍인가? 왜 많은 지역중에서 하필 버지니아인가? 왜 많은 인종중에서 한국인이 범인인가? 아마도 답답한 심정으로 토로한 물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질문 앞에 서는 일이라고 봅니다. 많이 부담되고 힘이 들어도 이 사건 앞에, 이 질문 앞에 서야합니다. 그것이 하나님 앞에 서는 것입니다. “하나님!, 왜 한국인 인가요? 왜 명문 대학인가요? 왜 살기 좋은 곳인가요? 하나님!, 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