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입니다.

금년에는 유난히 성탄절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겨울철에 전기 수요가 늘어서 정전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성탄 장식과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성탄절 분위기를 별로 못 느끼고 지내는 듯 합니다. 동네에서 성탄 장식을 한 집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평년 같으면 이맘때면 성탄 선물을 구입하려고 샤핑 센터나 몰에 몰려다니는 사람들의 인파를 볼 수 있었습니다. 금년에는 인터넷 상에서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서인지 상가에 몰리는 인파도 줄어든 듯합니다.

흥청망청 떠들썩한 크리스마스를 만나게 되면 성탄절의 상업화를 염려하고 예수님 없는 성탄절을 개탄하기도 합니다.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잊어버린 채 성탄절의 축제만 즐기는 세상을 보면서 많은 신자들이 안타까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금년에 느끼는 차분함은 꼭 기독교인들의 관심꺼리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성탄절과 비슷한 시기에 겹쳐 있는 유대인의 명절과 아프리칸 어메리칸의 명절도 있습니다. 금년에는 성탄절 뿐 아니라 다른 명절들도 분위기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공식적으로 이라크 전쟁 종료를 선언하고 이라크 주둔 미군이 모두 철수해서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분명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축하할 일이고 수십만 명의 군인 가족들이 기뻐할 일이지만 국가 사회 전체의 분위기는 차분하기만 합니다.

이번 성탄절은 주일과 겹쳤습니다. 성탄절 오전에 가족들이 둘러 앉아 선물을 열고 오래 만에 모인 대가족이 하루 종일 둘러 앉아 정을 나누고 저녁에 가족 만찬을 갖는 일상적인 성탄절 대신에 금년에는 온 가족이 함께 교회에 가서 주일예배를 드리게 됩니다. 성탄절이 공휴일이라는 의미의 홀리데이가 아니라 주의 날이라는 홀리데이가 된 것입니다. 차분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성탄절의 주인공이신 예수님과 성탄절의 의미를 간직한 신자들이 성탄절을 되찾는 날이 된 것 같습니다.

목사의 가정에서는 성탄절과 같은 절기가 가장 분주하고 바쁜 날입니다. 매년 집 안과 밖에 성탄 장식을 하리라고 벼르고 별러도 변변히 장식을 못하고 지난 적이 벌써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금년에는 대학 다니는 큰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성탄 장식을 시작했습니다. 창고와 차고에서 성탄 장식 상자들을 찾아내고 묶여 있던 플라스틱 크리스마스 트리를 찾아내서 하루 종일 장식을 했습니다. 수십년간 모은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하나 하나 리본으로 묶어서 나무 가지에 걸었습니다. 성탄 장식등을 꺼내서 얽힌 것을 풀고 깨진 전구를 바꾸고 트리에 둘러 걸었습니다. 오래된 구식 장식별을 트리 위에 꽂고 불을 켰습니다. 집안 한 가운데 아름답게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가 울긋 불긋 전등 빛으로 반짝이고 있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반짝이는 전등과 빛나는 장식들이 집 안에 들어 올 때마다 반겨 줍니다.

세상이 흥청거리면서 요란함에 휩싸여 흘러가는 중에도 영원하신 하나님, 영원한 하나님 나라, 영원한 사랑과 생명을 소유한 하나님의 백성은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시는 주님으로 인해 즐거워하고 감사할 수 있습니다. 온 세상이 침체 속에 빠져 우울하고 어두울지라도 하늘의 별을 따라 예수 나신 베들레헴을 찾은 동방박사처럼 우리의 인생의 별이요 마음의 별이 되시는 주님을 따라 어두움 속을 걸을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가정마다, 성탄의 주님을 만난 인생마다, 구주로 오신 주님을 모신 마음마다 사랑과 축복이 새겨진 아름다운 장식으로 가득 차게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