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식도암으로 62세 나이로 엊그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리처드 도킨스와 금 시대에 쌍벽을 이루는 무신론 전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전지하신 신은 북한의 신정 정치와 같은 우주급 독재자”라고 비난한 김정일 역시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급하게 떠났다.

히친스의 죽음에 대하여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애도들 표하는 가운데 남침례신학교 러셀 D. 무어 교수라는 정신없는 분이 크리스천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히친스는 아마 천국에 있을 수도 있다. 지옥을 믿지 않기 때문도 아니요, 죽음 이후의 구원을 믿기 때문도 아니다. 다만 십자가에 못박혔던 죄수에게 예수님께서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하신 말씀을 기억하기 때문”이라며 “죽기 전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 나를 기억하소서’했던 죄인의 외침이 히친스에게 있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했다는 것이니 참 오지랖도 이 수준이면 핫바지와 같다 할 것이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궁극적 질문을 입밖에 토로하지 않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가운데서도 신에 대하여 저항하고 몸부림치다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는 싸르트르에게서 마땅히 배웠어야 했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무신론적 실존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예수를 믿는 믿음을 갖지 못하게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한 그가 폐수종이라는 병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고래 고래 욕설을 질러대면서, 손에 잡히는 데로 물건을 집어 던졌다. 하나님을 거부했던 사르트르는 죽음 앞에서 한없이 악한 인간으로 돌아섰던 것이다. 왜? 그에게는 돌아가야 할 고향이 없었던 것이다. 만약 히친스가 사르트르에게서 학습효과를 받았다면 러셀 무어의 말이 실효성이 있었을 것이지만 그는 입을 앙다문체 죽어 버렸다.

니이체는 어떤가? 그는 신을 죽였지만 그의 죽음마저 죽이지는 못했다. 그토록 초인사회를 염원했지만 그의 말년은 정신병동에서 정신줄을 놓고 죽음을 기다리는 연약한 존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리고 회색 정신병동에서 쓸쓸히 죽었다.

갑자기 삼성재벌의 이병철 회장이 죽음앞에서 했다는 궁극적 질문이 부각되고 있다. 폐암과 투병 중이던 이 회장은 인간과 신, 그리고 종교에 대한 물음을 남겼는데 그 내용은 “신(神)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나?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나? 종교가 없어도, 종교가 달라도 착한 사람들은 죽어서 어디로 가나? 성경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걸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다. 부자는 악인이란 말인가? 지구의 종말은 오는가?”

그가 조금더 일찍 묻고 진지한 구도를 했다면 이어령처럼 답을 얻었을 것인데 너무 늦은 질문이 되었다. 하기는 사르트르나 니체나 히긴스나 김정일보다야 진지했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그 진지함도 너무 늦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