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만큼 많이 운 사람이 있을까. 매일 밤마다 베개를 쥐어짜면 물이 뚝뚝 떨어질만큼 많이 울었다. 그 후 스무 해를 넘기면서 깨달았다. 눈물이 나를 살렸다는 것을. 지독한 우울증으로 심장이 썩어들어가는 느낌으로 살았던 그때, 죽음의 유혹을 이기게 해 준 것이 눈물의 힘이었다는 것을. 지난 시절 흘렸던 많은 눈물로 인해 나는 죽음을 부르는 우울증을 견디고 살아남았다.”

휘황한 건물이 즐비하고 마냥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활보하는 강남 한복판. 그곳에 사람들을 ‘울리는’ 치유사가 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본지에 상담치유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원장 강선영 목사는 ‘상처받은 치유자’가 되어 누구나 자신의 상처를 툭 터놓고 이야기하며 울 수 있는 ‘눈물의 방’에서 ‘눈물 치유’를 하고 있다.

이 ‘눈물의 방’에서는 넥타이 맨 중년의 남성이 찾아와 어린아이처럼 소리내어 울고, 누구 못지 않게 강해져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쳤던 커리어우먼도 맨 얼굴을 가리던 화장이 눈물에 씻겨나갈 때까지 통곡한다. 이렇게 눈물 흔적을 진하게 남긴 이들은 어느새 이곳에서 희망 한 조각을 소중히 받아들고 방을 떠난다. 때문에 ‘눈물의 방’은 어느새 ‘기적의 방’이 되어 치유된 이들의 기쁨의 노래가 날마다 흐른다.

책 <눈물의 힘>은 그 ‘눈물의 방’에 찾아든 상처받은 사람들의 기록이자, 절망의 순간 가슴에 고인 눈물을 터뜨림으로써 새로 태어난 이들의 기적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어느날 상담을 예약하고 찾아오지 않아 궁금해했던 이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녀처럼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거나 자각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니라 해도 내면이 위태로운 이들을 다독여주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오랜 시간 눈물이 내면에 가득 쌓여서 온몸이 눈물로 출렁거리는 사람들을 만나왔던 저자는 울음에 억압돼 있었던 이들을 향해 ‘울어도 된다’고 다독인다. 눈물을 금기시하는 한국의 문화 때문에 눈물로 풀어지지 않은 상처가 분노가 되어 ‘욱하는 성격’을 만들고, 우울증이 깊어진다는 게 저자의 설명. 그녀는 “내담자들에게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해주면 놀랍게도 그들은 죽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모든 게 기적 같았다”며 그들과의 만남을 회상한다.

저자는 스스로 세상 그 누구보다 많이 울었고, 그 눈물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으로부터 살아남았노라 고백한다. “눈물의 치유와 회복 능력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죽음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자신의 내면을 무작정 외면하지 않고 정직하게 응시하고 돌보게 하는 ‘눈물의 힘’이야말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묘약’임을 강조한다.

“캄캄한 눈물에 갇힌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눈물을 흘려 당신의 어둠을 씻어내라고. 어둠에 갇혀 있던 당신의 목소리를 눈물로 풀어내라고. 그러면 반드시 벗어날 수 있다. 당신은 반드시 행복해질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겪은 우울증 삽화들을 솔직하게 풀어내고 수시로 덮쳐오는 일상의 갈등과 장벽을 어떻게 눈물로 뛰어넘을 수 있는지 조언한다. 뿐만 아니라 ‘눈물의 방’에 찾아든 내담자들의 아픔과 상처들을 섬세하게 묘파해내며, ‘꼭 울어야만 하느냐, 나에겐 눈물이 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하던 이들이 끝내 눈물을 터뜨리며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장면들을 감동적으로 담았다. 이 숱한 사연들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덧 이들의 상처가 나와 닮아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는 “치유를 동반한 눈물을 더 많이 풀어내게 되면 인격적으로 성숙해지고 타인을 이해하는 가슴 넓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며 “이 책을 통해 당신에게 있었던 슬픔의 기억들을 이제는 아픔 없이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