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10시 30분 KBS 1TV에서 방영된 <취재파일 4321>에서 ‘탈북실태 보고-살아서 건너라’는 제목으로 탈북자들의 충격적인 현실을 집중 보도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탈북자 총살 장면과 탈북난민들이 겪고 있는 비참한 삶의 현장, 날로 확대되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납북자와 국군포로, 귀순자 등에 대한 미공개 증언 등을 방영했다.

올해부터 북한은 국경경비와 관련해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경을 넘으면 쏜다’, 탈북하다 적발되면 현장에서 사살하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듯 압록강 둔치에서 쓰러져 있는 한 남성을 다른 두 명의 남성이 살펴보지만 응급조치는 커녕 그저 지켜보기만 하고, 그 남성은 현장에서 숨지고 마는 장면을 보여줬다. 목격자는 “북한 주민인데, 대낮에 밀수범인지 내막은 전혀 모르고… 중국 땅을 밟으니까 총으로 쏴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탈북자 총살 장면이 실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현지 동포들과 탈북자들은 몇달 전부터 총살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한 탈북자는 “7-8월에도 몇 명이 넘어오다 한 여성이 사살됐는데, 조선족들이 ‘밥도 못 먹여주면서 사람은 잘 죽인다’고 욕하더라”고 말했다.

중국에 은신중인 탈북자들은 이에 강제북송을 염려해 붙잡히면 죽겠다는 각오로 수류탄을 들고 다닌다고 밝혔다. 탈북 후 강제북송됐다 목숨을 걸고 다시 국경을 넘은 한 남성은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손가락도 두 개나 잘린 상태였다. 이들은 중동 민주화나 카다피 사망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방송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강제노역을 하다 가슴뼈를 다쳐 폐결핵을 앓고 있는 한 여성의 사연도 방영됐다. 이 여성은 발전소나 돌격대에서 일하며 풀을 뜯어먹었다고 한다. 견디다 못해 탈북했지만, 인신매매단에 걸려들어 33세 한족 남성에게우리 돈으로 6백만여원에 팔려왔다고 한다.

당장 치료가 시급하지만, 언제 붙잡힐지 몰라 항생제로만 버티고 있다는 이 여성처럼 탈북 여성들은 인신매매단에 팔리거나 성적 학대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 농촌에는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조선족 동포나 탈북 여성들을 사려는 중국 남성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결혼 후에는 강제 노역에 시달린다고 한다. 한 탈북 여성은 “팔려왔는지도 몰랐지만, 남편이라는 사람이 매일 팔려왔다면서 돈 갚을 때까지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한다”고 울부짖었다.

이밖에 정치범수용소의 경우 탈출을 시도하다 공개처형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사람, 탈북해 귀순한 황장엽 선생을 보지도 못했다는 7촌들까지 정치범수용소에 잡아들였다는 사연 등도 전파를 탔다. 지난 1983년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리웅평 대위의 가족들은 총살당했다고 한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한국을 찾은 미녀 응원단 중 일부도 한국에서 보고 들은 것을 발설한 이유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

특히 ‘통영의 딸’ 신숙자 씨와 두 딸 혜원·규원을 수용소에서 만났다는 한 탈북자는 “혜원이네 집에 땔나무를 조금씩 해주라는 명령을 받고 한두 달에 한번씩 갔다”며 “저녁에 한번 갔는데 혜원이가 젖은 나무로 불을 살리지 못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일본에서 납북된 메구미 씨도 살아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방송은 “우리 사회에서 대북 관계를 둘러싼 정치적·이념적 논쟁은 여전하지만, 같은 민족인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관심도 논의도 적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또다시 찾아온 국경의 겨울, 오늘도 삶의 한계상황을 견디지 못한 동포들이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너고 있고, 그들의 또다른 비참한 삶도 함께 시작되고 있다”는 멘트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