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40대 초반의 김 집사는 자신이 갑자기 이렇게 심한 불안에 휩싸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과 자신의 남편 역시 매우 건강했으며, 규칙적인 생활, 정기적인 운동, 절제된 식사 등을 계속해서 지켜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불안이 시작된 것은 교회에서 자신의 부부와 비슷한 또래의 한 남자 교인이 갑자기 고혈압으로 쓰러지게 된 것을 본 이후부터였다. 그 가정과는 평소에 아주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몇 번 서로의 가정을 방문하기도 했던 사이였다. 그 가정 역시 자신의 가정처럼 평범하였고, 더구나 그가 그렇게 갑자기 쓰러질 만한 문제는 전혀 없어보였다. 그런데 그 가정의 사건을 본 이후, 김 집사는 자신의 남편의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던 것이 더욱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일 남편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자신은 전혀 그런 상황을 감당할 아무런 능력도 준비도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아이들과 더불어 당장 가정을 경제적으로 꾸려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었고, 정서적으로도 남편 없이는 전혀 무기력할 것만 같았다. 그런 곳에 생각이 미치자, 남편의 가끔 피곤해하던 모습이 더욱 신경 쓰이기 시작하였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서 아무리 불안을 떨쳐버리려고 해도 쉽지가 않았다. 나중에는 그런 일들이 꿈에도 나타나게 되었고, 불안이 불안을 낳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병원 심방은 가능한 한 핑계를 대고 빠지게 되었고, 장례식장은 아예 갈 생각도 못하게 되었다. 기도하는 순간에는 잠시 괜찮은 것 같다가도, 아픈 사람들을 보거나 병원 옆을 지나가게 되면, 곧 또다시 불안에 휩싸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김 집사가 다니는 교회에 출석하는 다른 교인들 역시 40대의 한 남자 교인이 고혈압으로 쓰러졌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건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김 집사처럼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이게 되지는 않습니다. 대개는 자신과 자신의 가정을 돌아보면서 어느 정도 불안한 마음으로 ‘나도 조심해야 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혹 부주의하게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물론 같은 40대로서 이런 사건을 보면서도 전혀 아무런 느낌도 없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대개는 김 집사처럼 이렇게 심한 불안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즉, 같은 사건을 놓고서도 어떤 사람들은 적당한 불안으로 자신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기회를 삼는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과도한 불안에 휩싸여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자신에게 있는 불안이 적당한 불안인지 과도한 불안인지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물론 자신이 어느 정도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런데 그렇다 해도 여전히 비슷한 질문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즉, 그 “어느 정도”라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그래서 전문가를 찾아가야 하는 시점이 도대체 언제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 경계를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불안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즉, 자신이 불안을 통제하는가, 아니면 불안이 더 힘이 세서 불안에게 통제를 당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불안이라도 정기적으로 자주 반복되거나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불안을 잘 다스리고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반복되는 횟수나 지속되는 기간은 적더라도 매우 강렬하게 나타난다면, 역시 자신이 불안에게 통제를 당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을 통제하기는커녕 불안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혼자서는 어렵고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수준이라면, 이미 과도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불안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불안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에게 통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이미 과도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원인을 찾기보다는 단순히 바깥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을 사라지게 하려고 하기가 쉽습니다. 또한 전문가와의 상담이나 처방 없이 자가진단을 통해서 손쉬운 방법을 찾는 경향도 생길 수 있습니다.

불안이 지속되는 시기나 반복되는 횟수, 나타나는 수준 등은 불안의 수량화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불안을 수량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앞의 예와 같이 상대적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원인을 놓고서도 어떤 사람들은 적당한 불안 과정을 거치면서 그것을 건강하게 극복해나가는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과도한 불안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불안의 수준을 측정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계속 시도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계속적인 검사들을 통해서 통계적으로 어느 정도 신뢰성을 가지게 된 도구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그 도구들 가운데 하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재덕 목사는 총신대학교(B.A.)와 연세대학교(B.A.) 및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나와, 미국 리버티대학교(Th.M., Ph.D.)에서 목회상담(Pastoral Care and Counseling)을 전공했다. 현재 리버티대학교 상담학과 교수(Assistant Professor)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