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금융권의 '탐욕'과 소득 격차를 비판하며 뉴욕에서 시작한 '월가 점령' 시위가 미 전역으로 번졌다. 지난 5일 뉴욕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는 주제로 시위가 시작 이래 최대 규모인 2만명이 모인 데 이어 6일에는 워싱턴D.C 등 미 전역 20여개 도시로 유사 집회가 확산됐다고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전했다.
동부의 보스턴과 트렌턴, 저지시티, 뉴저지, 필라델피아, 노퍽, 버지니아를 비롯해 탬파와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오스틴, 솔트레이크시티, 내시빌, 테네시, 포틀랜드, 오리건,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앵커리지에서는 수십 명부터 수백 명까지 다양한 규모의 시위대가 모여 금융권 개혁과 과도한 빈부격차 해소를 요구했다.
필라델피아 대학생과 노동자 약 1천명은 이날 "'국민의,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문구의 국민이 1%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반(反)금융권 구호를 외쳤다. 다른 지역의 시위대는 "정치권에서 돈을 받아내자", "로비스트에게 줄 돈은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500여명의 시위대가 도심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이중 11명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건물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다 무단침입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뉴저지주 저지시티 소재 골드만삭스 건물 앞에서도 5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미 노동계도 시위대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과 캐나다의 서비스 산별노조인 국제서비스노조(SEIU)는 성명을 통해 시위 동참 의사를 밝혔고, 보스턴의 유통산업노조의 스튜어트 애플바움 위원장은 이번 시위가 이 나라의 힘의 불균형을 집중 부각시켰다고 평가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시위가 노동운동 부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퍼지고 있다.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노동계까지 가세하자 정치권도 지금까지의 침묵을 깨고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월가 점령 시위가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은 시위대의 주장에 공감을 표하며 금융개혁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반면 공화당은 이번 시위로 반공화당 정서가 확산 차단에 나서는 모습이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시위대가 '계급투쟁' 위협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허먼 케인은 백악관이 비밀리에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론 폴 하원의원은 반(反) 월가 여론을 의식한 듯 시위대에 공감대를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