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당원들사이에 무대에 오르지 않은 크리스 크리스티(48) 뉴저지 주지사의 경선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0대인 크리스티 주지사는 부패척결로 이름을 날리던 연방검사에서 지난 2009년 주지사에 당선돼 과감한 재정적자 수술 정책으로 주(州)를 바꿔놓아 일약 전국적 스타로 부상하며 대권 반열에 오른 정치인이다. 하지만 정작 크리스티 주지사는 연초 불출마를 선언한 후 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해 "경선에 참여하라"는 요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꺾고 정권교체를 이룰 경쟁력을 현재 경선후보들이 갖추고 있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페리 주지사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몇차례 후보 토론회를 거치면서 미국 연금제도를 다단계 금융사기인 `폰지’라고 묘사하는 등 토론역량에 약점을 노출했고, 그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당내 티파티 지지자를 아우르며 결집을 이뤄내기에는 미흡하다는 인식들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있다. 크리스티 주지사로 눈을 돌리게 하는 정치적 환경은 이런 상황에서 비롯되고 있다.


미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크리스티 주지사의 행보나 그를 향한 당론의 향배를 비중있게 보도한 것도 전격적인 경선출마 선언이 이뤄질 경우 그가 공화당 경선의 `태풍의 눈'이 될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연초 여론조사업체 `조그비 인터내셔널'의 여론조사에서 당장 대선이 치러져 1대 1로 맞붙을 경우 크리스티 주지사는 43대 40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공화당 잠재후보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WP는 상원의원 오바마가 2008년 대선도전 결정으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듯이 "정치에서 타이밍이 모든 것"이라며 크리스티 주지사가 대통령의 꿈이 있다면 차기나 차차기가 아니라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WP는 "페리에는 싫증이 나고 롬니에는 마음이 안가는 공화당원들의 마음을 사롭잡고 크리스티가 단번에 선두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고, 크리스티 주지사가 출마를 선언할 경우 거액의 정치자금 기부자들이 도울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나 크리스티 주지사가 연방검사 출신으로 선출직 공무원 경험이 2년에 불과한 상황에서 경선과 대선의 검증을 극복할 정치적 역량이 있는지는 의문이며, 대통령직을 쟁취하겠다는 `권력의지'가 필수라는 점에서 불출마 결정 고수가 옳을 수 있게 하는 요소라고 WP는 분석했다.


WSJ는 "몇몇 공화당 지도자들은 크리스티 주지사에 대한 관심은 현재 공화당 경선에 나온 후보들이 정부개혁을 주도해 유권자들을 사로잡을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헸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주지사 취임 이후 `철밥통' 교원노조와 싸우며 개혁을 밀어붙여 전국적 명망을 얻었다는 점이 유권자들에게 개혁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장점이 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하지만 역시 대선이라는 큰 선거판에서 자신의 자질을 부각시킬 경륜이 부족하다는 점과 짧은 정치경험에서 비롯되는 전국적인 지지조직의 부재가 크리스티 주지사의 한계로 꼽혔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 1월 "나는 미국연방 검사 7년, 뉴저지 지사 1년 봉직만으로 미국 대통령이 될 만한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할 만큼 오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2012년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