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내놓은 이른바 '버핏세'에 대한 각국의 반향이 뜨겁다.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부자들이 세금을 여타 계층에 비해 많이 내도록 한다는 버핏세는 미국 내에서는 반대가 심하지만 재정적자 문제로 곤경에 처해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찬성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의 움직임에 고무돼 최고소득 계층에 새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일본 등은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와 유사한 성격의 세금을 검토하고 있다.


부유층에 대한 세금으로 각 나라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충당할 만큼 많은 돈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 감축을 위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교육복지 등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상황에서 이 세금이 경제적 공평을 지향하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한 버핏세도 시행될 경우 향후 10년간 수십만명에 대해 세금을 더 많이 징수해 전체적인 세수증대에 기여하고 부자들에게 적정한 세금을 내게 함으로써 세제를 더 공평하게 만드는 틀을 갖추게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지난 수십년간 세금감면의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부유층이 이제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 세금에 대한 미국내의 반대는 매우 심하다.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계층은 부유세가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루벤 아비 요나 미시간대 교수는 "대표 없는 곳에 세금 없다는 기본명제를 감안한다면 미국인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세율이 지금보다 낮을 때에도 증세에 대한 반대는 심했으며 정부가 세금을 현명하게 쓸 것이라는 확신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미국민들이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신호도 있다. 최근 AP통신과 CNBC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들은 스스로 부자가 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지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세는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워렌 버핏이 처음 주장하면서 이 이름이 붙게됐다. 버핏은 미국 연방세금 제도가 불합리해 부자들이 자신의 비서들에 비해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높은 세율이 기업이나 경제성장에 해가 되는지에 대한 논란도 아직 진행중이다.


영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세율을 50%로 인상했으며 이에 대해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투자와 고용을 저해한다며 비난했다.


스페인이나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나라들은 세금을 인상하고 지출을 줄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어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는 실정이다.


이탈리아는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부유층에 대해 3%의 '연대세(solidarity tax)'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