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에서 식품 가공업을 경영하고 있는 80세 된 송 영감은 성인견 4마리를 키운다. 두 마리는 한국의 명견 진돗개로 암수 한쌍이다. 수컷의 이름은 진도고 황갈색 옷을 입고있다. 암컷은 백구고 앙드레 김처럼 흰색 옷을 입었다. 또 다른 두마리는 독일산 세퍼드와 도베르만이다. 마초(macho, 수컷) 하나에 엠브라(hembra, 암컷)가 셋이다. 다국적 견공들은 송 영감 부부의 지극 정성으로 보살핌을 받으며 한 지붕 아래 산지가 벌써 3년째다.

 독일산 빠스똘 알레만(Pastor aleman, 세퍼드)의 이름은 제니다. 양 어깨가 떡벌어진 제니의 몸이 튼실하다. 송아지만한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로 송 영감의 보디가드를 자처한다. 송 영감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그림자 경호를 하며 배회한다. 하루종일 바지런히 움직이던 노인이 잠들기 전까지 지근거리에서 묵묵히 신변을 보호한다. 깊은 밤 노인이 침대에 오르면 두어 걸음 뒤에 쭈구리고 앉아 밤새 불침번을 서며 충성을 보이는 믿음직스런 충견이다.

 두 달 전, 진도와 제니가 신방을 꾸렸다. 고실고실한 열마리의 강아지를 송 영감에게 선물로 안겼다. 두번째 출산인데 매번 열마리씩 낳아, 제니에게서만 스무마리 손자손녀를 보았다. 진돗개의 영리함과 세퍼드의 충성심이 골고루섞인 동서양 합작품인 강아지들은 하루가 다르게 부쩍자라고 있다. 강아지들 절반은 에미를 닮아 거무튀튀한 옷을 입었고, 나머지는 애비를 닮아 누렇다. 유독 온몸이 하얀 털로 뒤덮힌 돌연변이 백구가 섞여 예사롭지 않다.

 도베르만은 우사인 볼트처럼 날렵한 외모를 갖고 있다. 맹수의 본능이 아직 살아있을 것만같은 그의 눈속엔 이글거리는 경계 본능이 숨겨져 있다. 짙은 황갈 색 테두리에 짙은 검정색이 절묘하게 배합된 옷을 입고 있는 도베르만의 전신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다. 군살없는 근육질 몸, 삼각 김밥처럼 쫑긋한 귀, 날렵한 턱선, 날씬하게 뻣은 다리는 당장 달려들 것처럼 위압적이다.

 이번엔 진도와 도베르만이 신방을 꾸몄다. 세퍼드가 출산한지 한주일 뒤 열마리 새끼 강아지를 송 영감에게 또 선물했다. 다산을 권장한바 없건만 앞을 다퉈 열마리씩 안기는 저들이 대견하면서도 부담스럽다. 삽시간에 너른 공장을 개떼 소굴로 바꿔버린 강아지떼는 영낙없는 점령군같다. 하루종일 어미 젖을 찾아 꼬물 거리는 신생아들을 돌보다보면 하루해가 짧다.

 다산의 여왕들을 위해 쇠고기 미역국에 밥을 말아 대령한다. 줄기차게 빨아대는 먹성 좋은 아가들의 이유식까지 챙기다 보면 송 영감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송 영감의 보호속에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식솔들을 바라 보노라면 절로 신이난다.

 작은 동물의 왕국엔 사람이 모르는 맹수의 본능과 양육강식의 철저한 위계질서가 섬뜩하게 존재한다. 여인 천하, 겁없는 하룻 강아지들이 바글거리는 공동체에 유일한 마초인 진도는 영리하고 용맹스런 지도자다. 진도가 최고의 반열에 올라 질투심 많은 암컷들을 호령하는 리더쉽을 갖기까지는 또 다른 수컷 세퍼드 독일이와 피튀기는 복수 혈전을 벌여야 했다. 진도는 독일이와 가끔씩 벌였던 개 싸움에서 기백으로는 뒤지지 않았으나 체급에서 밀려 매번 고배를 마셨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었다.

 어느날, 송 영감이 독일이를 묶어 두려고 목줄을 잡고 있던 찰라,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진도가 죽을 힘을 다해 목줄기를 물고 늘어졌다. 덩치에 밀려 매번 자존심을 구겼던 진도가 필살기를 날렸던 것이다. 송 영감의 완강한 저지가 있었지만 야차같이 물고 늘어졌고, 진도의 날카로운 견치(송곳니)는 끝내 독일이의 숨통을 끊어놓고 말았다.

 젖을 뗀 강아지들이 크고 작은 사고를 칠때쯤, 송 영감은 K-9(canine, 경찰견)에 기증하고 싶어했다. 명견의 장점이 배합된 강아지들이 특별 훈련을 마치면 마약, 폭발물 탐지, 인명 구조에 일조 할 충분한 능력을 갖고있다 확신했다. 훈련시켜 건사하는데 마리당 매년 2만달러 예산이 지출된다며 ‘노 생큐’하고 만다. 송 영감의 갸륵한 뜻이 경기 침체로 꺽이고 말았다. 얼마나 더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경기회복의 청신호가 켜질지 태산같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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