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7일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기념 도서관에서 열린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합동 토론회의 주인공은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였다.


경선 출마를 선언한 지 고작 한달 밖에 안됐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페리 주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기나긴 경선 레이스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경선 출마 선언 이후 처음 참가하는 합동 토론회이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 스포트라이트는 페리에게 쏟아졌다. 페리 자신도 "별이 된 느낌"이라고 토로할 정도였다.


토론을 주최한 NBC 방송과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8명의 토론 참가자 가운데 페리를 한 가운데 세워 '스타 탄생'을 부추겼다.


여론조사 순위에 따라 자리를 배치한 것이긴 하지만 이날 토론회가 페리를 위한 무대임을 금새 알 수 있었다.


페리가 등장하기 전에는 지지도 선두였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만 겨우 페리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거뒀을 뿐 나머지 6명은 순식간에 존재감을 잃었다.


특히 기독교와 '티파티' 등 페리와 지지기반이 동일하다시피한 미셸 바크먼 연방 하원의원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앞으로 공화당 대선 주자 경선은 페리-롬니 2파전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토론회가 끝난 뒤 지배적이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선거 전략을 짰던 매튜 다우드는 "경선은 페리와 롬니 둘의 경쟁"이라고 단언했다.


페리 주지사는 이날 거침없는 소신 발언으로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텍사스 주지사로서 이룬 업적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강하게 남긴 데뷔전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소신을 넘어 과격하다는 인상을 뚜렷하게 남겼다.


워싱턴포스트 여론 담당 다나 밀뱅크는 "모든 사람, 모든 사안에 대해 적개심을 표시했다"고 꼬집었다.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한 것은 공화당원의 표심을 얻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본선에서는 위험 부담이 크다. 그는 노인을 위한 요양 보험 제도에 대해 "피라미드식 사기"라고 극언을 날렸다.


페리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플로리다주 하원의장 딘 캐넌은 "산술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운 보험제도라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변호했지만 가난한 노인 표를 모조리 날려버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롬니 전 주지사는 즉각 "사회보장제도 덕에 살고 있고 앞으로 사회보장제도 덕에 살아야 할 사람이 많다"면서 "사회보장제도를 때려 부수자는 게 아니라 개선해서 잘 운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선거 전략가 칼 로브와 딕 체니 전 부통령 등 공화당 내 유력 인사들도 페리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반감이 본선 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우려했다.


"(인간 활동이 기후를 변화시킨다는) 검증되지 않은 과학 이론으로 경제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환경보호주의자와 과학계를 자극한 것도 눈총을 받았다.


토론회 내내 "그건 틀렸습니다", "위선적입니다" 등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어법을 구사한 것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일부 진보 진영 인사들은 페리가 사실을 왜곡하고 틀린 통계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등 독선적인 태도였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