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1부와 2부 설교를 들으신 분들 중에 '확률 600분의 1'에 대한 저의 해석을 듣고 황당한 느낌을 받으신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2부 예배가 끝난 후, 한 교우께서 "통계 수치 해석에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귀 뜸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설명을 듣고 잠시 생각하니,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여 생긴 오류가 아니라, 주의를 다하지 못해서 생긴 상식선의 오류임을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 부끄러움이 제 마음에 가득 차올랐습니다. 무식이 탄로 난 것 때문이기보다는, 설교 준비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지금 와 생각하니, 도대체 어떤 계산법으로 그런 해석을 생각해냈는지, 저 자신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이 문제가 ‘예수님의 가족 무덤’에 관한 논란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는 대목에서 일어났습니다. 설교의 내용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 점에서는 다행이나, 여전히 부끄럽습니다. 초고에는 없던 부분이었는데, 마지막 손질을 하는 과정에서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적어 넣고 손을 뗀 까닭에 그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요즘 들어 설교 준비에 시간이 부족해서 마음이 급했는데, 그 표시가 난 것입니다.

차제에 제가 설교 준비하는 과정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월요일에는 집에서 쉬면서 다음 주에 설교할 본문과 관계된 책들을 읽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둡니다. 월요일부터 기도의 중심은 본문 묵상에 집중됩니다. 그렇게 하여 사흘째가 되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됩니다. 수요일, 새벽 기도를 마친 후, 종일 설교 작성에 매달립니다. 수요 새벽 기도가 설교의 영감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아무 방해가 없으면, 수요일 오후쯤에는 초고가 완성되고, 저녁 먹고 나서 다시 한 번 회중의 입장에서 읽어보면서 수정을 합니다. 그리고는 목요일 아침 새벽 기도에서 준비한 설교를 두고 다시 묵상을 하고, 오전에 세 번째 수정을 하여 사무실과 통역 팀에 넘깁니다.

요즈음에는 새벽기도회 준비로 오전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기 때문에 수요일 저녁이 되어야 겨우 초고가 완성되고, 목요일 오후쯤 되어야 두 번째 손질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마음이 급하여, 충분히 연구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지난주의 실수에 대해 굳이 변명하자면, 이런 상황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주일 내내 이 문제로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템포를 더 늦추고, 더 섬세하게 생각하며 처신하기를 다짐하고 기도했습니다.

제가 명색이 경영학도 출신입니다. 그런데도 워낙 수치에 약하고 재정 문제에 어두우니, 아내가 자주 “당신, 경영학 공부한 사람 맞아요?”라고 묻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것이 맞기는 맞는데, 수치를 다루는 통계학과 회계학에서 낙제한 경력이 있는 ‘수치’(number-blind)이니, 저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고등학교 때 지학 선생님이 자주, “내 전공 때문에 늘 억이나 조의 수를 다루다 보니, 이 땅의 수에 대해서는 개념이 없다”고 농담을 하곤 하셨는데, 제가 수치인 것도 역시 늘 영원을 생각하느라 생긴 부작용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라 싶습니다. 하긴, 영원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촌각에 더 예민하다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하여, 더욱 정신 바짝 차리고 살겠습니다.(2007 년 3월 11일)

/글 김영봉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