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많이 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 모두는 자동차에 얽힌 애환들을 적잖게 가지고 있습니다. 필자가 경험한 자동차에 얽힌 이야기 중에서 압권(壓卷)은 선배 목사님과 같이 경험한 일입니다. 하루는 타 지역에 살던 그 목사님이 가족들과 함께 저희 가정을 방문하시겠다고 전화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시기로 한 시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아 궁금해 하며 기다리던 차에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 집을 방문하러 오다가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고속도로에서 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집으로 차를 견인해 와서 가까운 자동차 정비소에 맡겼습니다. 하루 동안 각종 검사를 다하였지만 뚜렷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나중에 발견한 것은 자동차에 개스가 없어서 섰다는 것 입니다. 당연히 자동차가 설 수 밖에 없죠. 자동차에 연료가 떨어져도 위험하기는 하지만 비행기에 연료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1990년 뉴욕 케네디 공항 근처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남미 콜롬비아에서 출발한 아비앙까 (Avianca Airlines) 소속 제트 여객기 한 대가 케네디 공항 인근 주택단지에 추락했습니다. 활주로를 25키로 미터(16마일) 남겨두고 몇 초 간격으로 두 대의 엔진이 꺼져 추락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탑승객의 절반이 사망했습니다. 하루 만에 추락의 원인이 밝혀졌는데 비행기의 연료가 떨어진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러면 ‘조종사들은 비행기에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무엇하고 있었는가?’하는 질문이 생깁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아웃라이어(Outliers)’란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비행기 추락사건들을 소개하며 문화 속에 담겨있는 위계질서가 비행기 조정실 안에까지 얼마나 심각하게 연결이 되어 있는지를 밝히는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추락과 위계질서는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두 단어 같은데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을 밝히기 위해 그는 이 추락한 아비앙까 비행기 블랙박스에 기록된 기장, 부기장의 대화도 비교적 상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이 아비앙까 소속 비행기는 뉴욕 케네디 공항의 날씨가 좋지 않아서 다른 지역에서 공중선회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관제탑의 허락을 받아 착륙을 하게 되는 데 계기판에 연료가 거의 없다고 사인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보고도 기장은 심각하게 대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블랙박스의 기록에 의하면 부기장도 계기판에 연료가 떨어져 간다는 사인을 몇 번 발견했고 대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계기판에서 가르쳐 준 대로라면 이런 상황에서 기장이 하지 않으면 부기장이라도 ‘비상사태(emergency)'를 관제탑에 선언하고 대비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부기장도 문제를 알았지만 우물쭈물하였고 비행기는 하늘에서 연료가 떨어졌습니다. 엔진이 두 개나 멈춘 것입니다. 활주로는 25키로(16마일)나 남았는데요.... 같은 장에서 그는 1997년 여름 KAL 여객기가 괌 공항 못 미쳐 산에 추락한 사건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추락에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대한항공 여객기 조종실 안에서 역시 기장과 부기장 사이의 위계질서 문화가 커다란 몫을 담당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건들을 보면 기장에게 주어진 권위가 그 사회에서 일반화 되어 있는 권위주의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부정적인 역할을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는 어떠한 해결책을 가질 수 있을까요? 지도자가 올바른 권위를 가지고 있을 때 이 문제는 잘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수님은 진정한 권위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고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진정한 권위는 겸손과 섬김에 있고 지도자, 대표자, 더 나가서는 모든 자들이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 섬김의 문화 속에서 살 때 권위주의는 없어지고 아름다운 위계질서가 세워지리라 믿습니다. 비행기 기장과 부기장이 이러한 문화 속에서 살았다면 위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 함께 잘 대처하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이는 가정이나 사업체, 교회, 정부기관 어디서든지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최근 들어 우리는 이 곳 저 곳에서 지도자들에 대해 어두운 소식들을 듣습니다. 이들을 위하여 함께 기도하며 또한 우리 모두 있는 자리에서 부터 섬김의 문화, 사랑의 문화를 만들어 아름다운 사회를 함께 이루어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