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절이란 그리스도의 고난의 길에 동참하고자 했던 성도들이 부활절 전 40일간 ( 주일 제외), 자신들의 죄를 참회하고 욕망을 절제하는 자기 훈련의 기간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순절이 시작되면 하루에 한 끼 이상의 금식을 하거나, 생선이나 육식 등의 기름진 음식, 커피나 간식을 금하고, 세상적인 영화나 오락 등을 삼가며 기도와 예배, 성경 읽기와 말씀 묵상, 봉사와 헌신 등에 힘씀으로 십자가의 도를 묵상하고 실천하는 기간입니다. 한 마디로 사순절 기간, 우리는 우리를 위하여 큰 고통 가운데 숨지셨던 주님을 생각하며, 각자의 모습을 새롭게 돌아보아야하겠지요.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야만 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죄였습니다. 죄로부터의 분리가 사순절 훈련의 궁국적 목적이 되어야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순절 기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묵상하던 중, 지난 주 책 한 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용규 선교사님이 쓰신 “ 내려놓음” 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책 표지에는 “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결심” 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책 전편을 통하여 저자는 자기 인생을 하나님께 전적으로 내려놓기를 배우고 훈련하며, 그의 ‘내려놓음’을 통해 놀랍게 펼쳐지는 하나님의 축복스러운 섭리가 따뜻한 감동 가운데 독자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부단한 ‘내려 놓기’ 작업을 제 자신의 인격과, 삶, 사역에 적용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제 자신 역시 내려 놓아야할 적지 않은 요소들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맑은 물에 제 영혼을 비추어 보며, 새롭게 씻어내는 듯한 신선한 은혜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순절 기간, 제가 주님의 십자가 앞에서 무엇을 결단해야할 것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 내려놓음” 이었습니다.
이 용규 선교사님은 서울 대학과 하버드 대학 박사학위까지 마친 전도가 유망한 젊은 학자였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모님과 두 자녀와 함께 현재 몽고의 선교사로 헌신하고 계십니다. 전공을 택할 때부터, 이미 그의 ‘내려 놓음’ 의 훈련은 시작되었고, 그 이후 미래의 계획, 물질에 대한 염려, 몽고에서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염려, 자기의 경험과 지식, 사람들을 판단하는 일, 명예와 인정받기의 욕구, 사역의 열매를 주님 앞에 하나 하나 내려놓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 분은 놀라운 사역의 승리와 삶의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저는 그 책을 읽으며 주님께 계속하여 여쭈어 보았습니다. “ 주님 제 삶에서 더욱 내려놓아야할 영역들을 보여주세요!” 몇 가지가 제 마음의 감동 가운데 부딪쳐왔습니다. 저 역시, 인정받기를 원하는 내면의 욕구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사역의 열매에 대한 일종의 집착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전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이었습니다. 주님 앞에 부끄러운 마음으로 회개하였습니다. 사역보다 하나님이 우선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새롭게 다짐하며 내려놓기를 결심하였을 때, 주님께서 새로운 차원의 평강으로 임하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순절 기간, 저는 계속하여 주님께 여쭈어볼 것입니다. 제가 주님 앞에 더 내려놓아야할 삶과 인격과 사역의 요소들이 무엇인지..... 그리하여 제 영혼에 티끌이라도 주님께서 원치 않는 요소가 없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 움켜잡으려 하면 할 수록 소멸되고 가지려 하면 할수록 공허해지는 우리의 삶” 과연 우리는 무엇을 움켜잡고 놓지 않으려 합니까? 존 앨드리지가 쓴 "마음의 회복 ( Wild at Heart) " 에는 브루스 스프링스틴 의 "비밀의 화원 " 이라는 시가 인용됩니다. “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언제나 있으리라” 고 약속되는 비밀의 화원은 100만 마일 떨어진 곳에 있다고 그 시는 노래합니다. 그래서 비밀의 화원을 향하여 달려가는 인생들은 사력을 다해 달려가나, 언제나 그 앞에 100만 마일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애쓰고 노력하지만 공허하고 만족함을 모릅니다. 이번 사순절 기간, 우리 모두 은밀히 바라보고 붙잡는 비밀의 화원을 주님께 내려놓읍시다. 그러면 주님은 화창한 주님의 화원으로 우리를 인도하실 것입니다. 그 곳에서 우리 영혼은 비로소 참 만족과 평안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글 이성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