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 대형 허리케인이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전기가 끊어지고 길이 막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폭리를 취하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하루 밤에 40달러 하던 호텔 방이 250달러가 됩니다. 지붕 위에 쓰러진 나무를 치우는데 수 만 달러를 내라고 합니다. 플로리다에는 상인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있었습니다. 검찰총장은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사람들이 불행을 당한 상황에서 폭리를 취하는 상인들을 비난하면서 플로리다 주 법에 따라 폭리를 취하는 사람들을 기소하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 많은 경제학자들, 윤리학자들, 법률전문가들이 폭리 방지법 자체를 반대합니다. 그들은 폭리를 취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공동체에 유익하다고 말합니다. 물자와 서비스가 줄어들고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모든 가격이 턱없이 뛰게 되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물자와 서비스가 공급됩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게 되면 사방에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 물자를 가져와 팔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늘어 납니다. 국가가 대처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더 광범위하게 도움이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하루 이틀 만에 폭리를 취하던 가격은 떨어질 것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도 잠시 생각해 보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공동체의 유익을 구하기 시작하면 더욱 복잡해 집니다.

이것은 하바드 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의 명강의를 책으로 출판한 “정의란 무엇인가”에 머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였습니다.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책을 읽는 인구가 줄었습니다. 특히 철학이나 인문서는 거의 시장에서 사라지다시피 한 상황에서 상당히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철학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입니다. 한국의 지식인들과 저자들이 모일 때마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화제거리로 삼는다고 합니다.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있던 것은 500년간 통용되던 유교사상입니다. 유교사상은 가정의 윤리와 국가의 윤리를 통합한 것입니다. 국가를 커다란 가정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왕은 가장입니다. 정승들은 손 위 어른들입니다. 백성들은 자녀요 손주들입니다. 따라서 사회를 지배하는 윤리 기준은 간단합니다. 가정에서 어른을 공경하고 형제간에 우애를 지키는 것을 사회에서도 적용하면 됩니다. 조선은 이렇게 단순화한 국가 지배 이념 때문이 있었기에 주변 강국의 부침 속에서도 500년간 동일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인의 의식 구조는 단순화 되어 있습니다. 작은 가정에서 통용되는 단순한 윤리 기준을 지역공동체, 교회 공동체, 나아가서 국가 공동체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국제적인 질서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려고 합니다. 주변의 열강들이 우리의 이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우리는 형제가 되거나 사촌이 되고 그들은 우리에게도 형제처럼 사촌처럼 대할 것을 기대합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가 성숙하면서, 한국 사회가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변해가면서, 한국 사회가 국제 사회의 중심에 들어서면서 피할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공동체의 유익을 구하는 길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공동체를 위해 최고의 선을 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종종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을 완전히 만족시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꿈은 이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진지하고 성숙한 사색을 시작하는 것입니다.